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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MS 은재’가 진짜로 했어야 하는 질문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네티즌 사이에서 ‘MS 은재’라는 별칭을 얻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주말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었다.

워낙 많이 언론에 집중적으로 나온 얘기라서 다시 설명하기가 그렇지만 상황은 이러했다. 지난 6일 열린 서울시 교육청 국감에서 이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 한글과컴퓨터 등 제품의 수의계약 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정확하지 못한 표현때문에 조희연 교육감에 ‘우답(愚答)’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이 의원은 비난이 쏟아지자 기자회견를 자청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초 이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하고자 했던 내용은 두 가지였다. 왜 각 학교에서 구매하는 워드, 아래아한글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SW)를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괄 구매했는지, 또 한글과컴퓨터 아래아한글 구매시 공급하는 대리점(파트너) 한 곳과 왜 수의계약을 맺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조 교육감은 첫 번째 질의에 대해선 “각 학교에서 구매하는 것을 교육청에서 일괄 구매함으로써 29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 즉, 왜 한 곳의 파트너와 수의계약을 맺었느냐는 질문에는 주어가 애매했던 관계로 “왜 MS 제품을 MS에서 샀느냐”라는 의미로 해석됐고, “그럼 MS 제품을 MS에서 사지 누구한테 사냐”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의원이 ‘MS 은재’라는 별칭까지 얻게된 과정이다.

보통 서울시 교육청 등 공공기관은 오피스 등 업무용 SW 구매시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에 공고를 내면, 이를 공급하는 업체(파트너)들이 가격 등을 제안하고 계약을 하는 구조다. 동일한 제품임에도 가격 등 제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한컴의 경우, 서울지역 총판이 한 업체밖에 없어 수의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정말로 교육용 오피스로 MS와 한컴밖에 없을까'하는 문제다. '만약 그외의 제품이 있다면 어떻든 입찰의 기회를 줘야하지 않는가' 하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서울시 교육청이 너무나 당연하게 MS와 한글과컴퓨터 제품으로 한정해 입찰을 했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MS와 한컴, 두 제품은 국내 오피스 시장의 표준이라고 불릴 만큼 오랫동안 사용된 것들이고,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해외의 경우 MS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90% 이상이다. 그러나 최근 오피스 SW 시장도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상용화된 국내 제품 중에는 인프라웨어의 ‘폴라리스 오피스’라는 제품도 있고, ‘리브레 오피스’ 등 오픈소스 기반의 제품도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지난해 리브레 오피스를 공식 오피스 SW로 선택한 바 있다. 지난 1월 정식 출시된 PC 버전의 폴라리스 오피스는 조달청에 정식 등록된 제품으로 최근 대한석탄공사의 표준 오피스 SW로 선정되기도 했다.

실제 인프라웨어의 내부 자료에 의하면, 폴라리스 오피스 도입시 한컴 대비 약 30%, MS 대비 50%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 사이냅소프트이나 국내 스타트업인 쿠쿠닥스에서 출시한 클라우드 오피스도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당초 이은재 의원이 조 교육감에게 질문해야 할 내용은 MS나 한컴의 입찰과정보다는 왜 다른 선택이 있었음에도 특정 제품에 제한해서 발주했어야 했냐는 질문이 아니었을까.

이번 국감 해프닝이 국내 공공기관의 SW 구매 관행 자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검증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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