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잇따른 글로벌 IT업계의 조직개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무려 세 건의 대형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우선 이날 델이 EMC 인수를 완료하고 ‘델 테크놀로지스’라는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고 밝혔으며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자사의 소프트웨어(SW) 부문을 영국 SW기업인 마이크로포커스에 88억에 매각, 인텔은 맥아피 지분 51%를 사모펀드 TPG에 팔기로 했다는 소식 등이었다.
HPE의 경우 이미 지난해 PC 및 프린팅 분야와 분리해 서버와 네트워킹, 스토리지, 관리 SW 등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조직을 분리해 CSC와 합병시키고, 최근에는 고성능컴퓨팅(HPE) 역량 강화를 위해 SGI를 인수하는 등 기민한 행보를 펼쳐왔다. 이번 SW 사업부 매각으로 서버와 네트워킹,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HW) 비즈니스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지난해 정보관리사업부문인 베리타스와 갈라선 시만텍 역시 지난달 네트워크 보안에 강점을 가진 블루코트를 46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며 보안영역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부상에 따라 IT업계의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지난 몇 년 간 몸집을 키우거나 혹은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며 몸집을 줄이는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모든 영역에서 경쟁을 펼치던 델과 HP는 현재 완전히 반대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클 델 회장은 지난 5월 열렸던 EMC의 연례 기술 컨퍼런스에 등장해 “델은 미드마켓에서 강하고 전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EMC는 엔터프라이즈 시장과 혁신 측면에서 탁월하다”며 “IT 시장에서 성공과 혁신을 이끌려면 규모가 중요한데, HP 같은 회사를 보면 최근 분사를 하면서 망가진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대로 HPE의 멕 휘트먼 회장은 지난해 HP와 분리하는 과정에서 “이번 결정으로 세분화된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델의 방식보다는 HPE가 보다 민첩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의 변신이 향후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시장 상황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결정이 과연 적절한 판단이었는지는 미래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이들의 국내 지사 역시 본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반응하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변화는 국내 IT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다양한 SW업체 등도 새 IT패러다임의 변화 추세에 맞춰 변화하고 있지만,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선 보다 파괴적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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