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0년 전, 당시 베일에 쌓여있던 구 소련의 전투기 ‘미그-25’가 일본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공항에 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본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지상에 있던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망이 해당 비행기를 전혀 탐지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망명이 아니라 공격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미그-25의 기습에 완벽하게 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우주경쟁에 뒤쳐져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스푸트니크 쇼크’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막상 실체를 드러낸 미그-25는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좋은 사례가 됐다.
돌아와서 최근 발표된 갤럭시노트7 전량 교환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책임은 삼성전자가 지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리콜인 셈이지만 다른 곳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이슈가 가장 크다. 기술적인 내용은 넘어가더라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런 의도였다면 처음부터 업체 이름을 밝혀야 상식이다.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리콜 발표가 있던 시점까지 단 한 번도 특정 업체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다. 심지어 (이름을 밝혀달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적절하지 않다’, ‘검증하고 개발과 관련된 (삼성전자의) 문제’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다른 흔들기도 마찬가지다. 제품 개발주기를 무리하게 앞당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을 설계할 때는 단 한 가지 플랫폼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사양이 다른데다가 디자인만 적어도 대여섯 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데, 디자인이 바뀌면 부품구성이나 레이아웃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스마트폰은 교체주기가 짧은 편이다. 따라서 신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출시일정을 빡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량과 결함이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을 일이니 양산을 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수정과 오류를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비단 스마트폰뿐 아니라 모든 양산제품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기판이나 부품, 심지어 소프트웨어 리비전(Revision)이 붙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밝힌 것처럼 갤럭시노트7은 사내 신뢰성 기준을 맞췄고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닐 정도로 충분한 경험이 축적된 상태였다. 다만 아주 미세한 차이를 밝히느라 시간이 걸렸다.
지나간 원인에 대한 결과는 앞으로 다시 생산될 갤럭시노트7에서 금방 드러날 터다. 그러니 잘못된, 혹은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내용으로 상황을 꿰어 맞추다보면 끝도 없이 의구심만 깊어질 뿐이다.
삼성전자는 제품이 판매되지 않는 기간을 포함해 내년 2월까지 광고와 마케팅을 지속할 계획이다. 제품 교환주기(2017년 3월)도 넉넉하게 정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신제품 효과가 빠져도 제대로 빠질 시점이다. 늦게나마,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대비하고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어루만지겠다는 걸로 봐야 한다. 무조건 삼성전자의 대응이 옳다는 건 아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래서 갤럭시노트7에 대한 나비효과는 단순히 삼성전자에서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에 걸쳐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품질과 리콜 기준은 갤럭시노트7이 기준점이 됐다.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보다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더 중요하게 따질 가치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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