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료방송 1위인 KT가 지난해 말 약속한 케이블TV와의 상생방안 발표가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유료방송 업계 1위의 약속도 없던 일이 되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발표 이후인 지난해 12월 20일 임헌문 KT 사장<사진>은 간담회를 통해 SK텔레콤을 비판하며 케이블TV 사업자와 상생방안을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임 사장의 약속은 8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당시 임헌문 사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에 대해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이란 사자성어를 들어가며 비판했다. SK텔레콤의 M&A 추진이 케이블TV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KT는 SK텔레콤과 달리 위기의 케이블TV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상생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KT는 케이블과의 상생방안에 대해 “준비 중”이라고만 밝혔다.
KT의 상생방안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케이블TV가 원하는 것을 통신사가 맞춰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들은 KT와 상생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없다.
케이블TV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모바일 상품이다. 모바일의 부재로 결합상품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고 산업퇴출 우려까지 이어졌다. 반대로 얘기하면 일부 MSO들은 CJ헬로비전이 '케이블 위기설'을 설파할 때 결합상품 문제만 해결한다면 얼마든지 통신사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임헌문 사장이 언론에 케이블 상생방안을 발표하기 전, 일부 MSO는 KT와 동등결합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CJ헬로비전을 제외한 범 SO가 힘을 모아 특정 통신사의 모바일 상품을 재판매하는 것이다. 동등결합 동등할인은 케이블TV 사업자의 숙원이자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KT는 유료방송의 경우 점유율 합산규제 때문에 방송가입자 확보에 다소 소극적이다. 케이블 진영에 힘을 실어줘 SK 진영을 견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수익률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LTE 시대 들어 축소된 이동통신 점유율 회복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케이블TV는 결합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방안이었다.
하지만 KT가 8개월째 상생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말은 쉽지만 수익배분, 결합상품 할인율 등 실제 현실화하기까지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KT가 아니더라도 케이블과 통신사간 동등결합을 할 수는 있지만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KT는 의미 있는 상생방안을 내놓기 힘들어 보인다. 중소 개별SO를 대상으로 일부 지원방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유료방송 1위 사업자로서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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