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며 유료방송 시장의 시계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재의 유료방송 시장은 태풍전의 고요함이다. 매각이 무산된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향후 행보부터 케이블TV 업계의 공동대응 여부, 성장정체기에 접어드는 IPTV가 어떤 전략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은 SK-CJ간 결합 못지않은 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데일리>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이후 유료방송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사라진 M&A 카드…CJ헬로비전 향후 행보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CJ헬로비전이 유료방송 시장의 태풍의 핵심으로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내내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으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CJ헬로비전이다. 향후 유료방송 시장의 이슈메이커도 CJ헬로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SK텔레콤이 M&A 자진철회하며 8개월 가량을 끌어왔던 SK텔레콤과의 M&A는 결국 무산됐다.
이번 M&A 무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CJ헬로비전이다. M&A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된 영업도, 투자도 진행하지 못했다. 최근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2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나 감소했다.
남병수 CJ헬로비전 경영지원담당은 “M&A 과정이 8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투자 정체, 영업 위축, 가입자 감소, 사업다변화 기회 손실 등 기업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며 실적부진 책임을 무산된 M&A로 돌렸다.
이제 유료방송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CJ헬로비전의 향후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매각 불발로 CJ헬로비전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그냥 지금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입자 모집하고 정부에 규제개선 요청하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각추진의 논리적 근거가 됐던 CJ(주)의 ‘BIG PICTURE’ 전략보고서에는 매각 이외에 여러 대안이 제시된 바 있다.
매각을 제외하고 CJ가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은 독자생존이다. MSO로서의 지위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 통신사와의 경쟁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다. CJ그룹은 비용혁신을 시작으로 사업경쟁력 강화, 신규사업 추진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전략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17년 10.5% 2020년에는 약 11% 가량의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계획의 실행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결합상품 규제 관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 방향은 할인규모 상한 설정, 상품 별 개별할인 및 동등할인 적용이다. 만약 결합상품 규제가 반영될 경우 CJ는 2020년까지 가입자 전체 케이블TV 가입자 이탈규모가 50만 이내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IPTV로 가입자 이탈 자체를 반전시키지는 못하지만 당초 예상한 180만 이탈에 비하면 양호한 수치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통신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통신3사 수준의 유무선 결합 경쟁력을 갖춰 방송 가입자 기반을 방어하고 궁극적으로 선도기업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으로는 제4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하거나 통신사를 인수하는 방안이 있다. SK텔레콤과 KT를 인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LG유플러스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낮다.
제4이동통신은 막대한 투자비가 부담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CJ는 제4이동통신 시장 진출시 5년내 시장점유율 15% 돌파가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그럴 경우 CJ는 2025년 17.2% 점유율에서 최대 21.6%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1.6% 점유율을 가정할 경우 SK텔레콤의 점유율은 40% 이하인 39.4%, KT 22.7%, LG유플러스 16.2%, 알뜰폰 10.7% 점유율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긍정적 전망으로는 KT와 2위를 다투는 것이지만 실제 경쟁상황을 감안할 때 3위 사업자 수준 도달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시장에 안착하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CJ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지방의 타사 망 무료 공동사용 지원, 상호접속료 30% 할인, 전파사용료 3년 면제, 타사망 로밍 허용, 마케팅 보조금 미지급 등을 꼽았다. 실현가능성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또한 방송권역 제한으로 유무선 결합 효과가 제한적인점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유무선 결합률은 9%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CJ는 ‘BIG PICTURE’ 보고서에서 단독사업으로서 알뜰폰 사업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상황에서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는 한 방송 사업 및 유무선 결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CJ는 ▲자체 플랫폼 강화 ▲통신플랫폼 전환 ▲OTT 사업자 전환 ▲플랫폼 사업 매각을 놓고 CJ헬로비전의 미래를 고민했다. 이 중 사업 매각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OTT 사업자 전환은 수익성 문제 등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남은 것은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 인수를 통한 플랫폼 강화, 또는 통신플랫폼 전환이다. 두 방안 모두 쉽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은 딜라이브가 매물로 나와있지만 CJ 관심은 LG유플러스 또는 티브로드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M&A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제4이동통신 사업 추진은 내년 한 번 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내년 초 사업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제4이동통신의 경우 막대한 투자비, 불투명한 미래 등을 감안할 때 오너의 의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산규제 철폐 및 통합방송법이 마련되면 오히려 불투명성이 제거될 수 있다. 파트너는 통신사가 될 수도 MSO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CJ그룹은 CJ헬로비전 매각 전략 수립시 운영했던 태스크포스팀(TF)를 재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으로는 안된다는 판단하에 매각을 추진했던 CJ다. CJ그룹이 CJ헬로비전에 대해 어떤 방향을 세우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은 다시 한 번 크게 출렁거릴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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