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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합병심사에 2년반?…독점 가능성 적은 사안은 축소 추세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과거 유선방송사업자간 기업결합 사례를 보면 1년 이상 걸린 경우도 있었고 일부 건의 경우 최장 2년 반이 소요된 경우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인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심사 사례를 들며 반박함에 따라 이번 M&A 심사가 정부기관간 대립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같은 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기간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최양희 장관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연되고 있다. (공정위 심사가) 조기에 결론나서 통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기자단 워크숍에 참석한 정 위원장은 “과거 유선방송 사업자 간 기업결합 사례의 경우 1년 이상, 최장 2년 반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며 최 장관의 늑장 심사 지적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동일지역내 SO간 결합심사 보통 1년 이상 소요=하지만 방송통신 업계 일부에서는 정 위원장의 SO 심사 사례와 이번 M&A건을 비교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위원장이 최장 심사 사례로 들은 CMB의 웹앤TV 인수 사례의 경우 심사 기간에 총 2년 7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가 시작됐을 때는 이미 CMB가 웹앤TV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지 1년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CMB는 2005년 계열 SO를 통해 웹앤TV 지분 49%를 인수했는데 2006년 2월에서야 주식취득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방송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M&A의 경우 CMB 본사가 아닌 계열사들이 진행했고, 지분을 취득할 경우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것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됐든 공정위 심사가 진행됐고 최종 결론은 2년 7개월이 걸렸지만 심사기간이 M&A 성사여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또한 공정위를 비롯해 대부분 규제기관이 복수의 안건을 다루기 때문에 특정 안건에만 매달릴 수 없다. 이미 인수합병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CMB의 경우 심사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과거 같은 지역내에서의 SO간 합병은 요금인상 등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심사기간이 길었다”면서도 CMB 사례에 대해서는 “당시 해당권역(광주)에서 CMB가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갖추게 된 만큼 인가조건이 부과됐지만 인수가 마무리된 이후여서 심사기간은 큰 의미가 없었다”고 기억했다.

◆대체재 IPTV 등장…심사기간 대폭 줄어=CMB나 현대HCN, CJ헬로비전 등처럼 심사기간이 1년 이상 걸린 사례는 모두 케이블TV의 대체제인 IPTV가 등장하기 이전이다. 하지만 장기간 심사 대명사였던 SO간 인수합병도 IPTV가 등장한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전국 사업자인 IPTV와 위성방송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SO 지역독점 문제도 완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IPTV가 출범한 2008년 이후 SO간 M&A 심사는 2개월 가량 소요됐다. CJ헬로비전은 신라방송 인수에 2개월, 호남방송 인수에는 약 1개월 가량이, 강원방송과 전북방송 인수에는 불과 20여일이 소요됐다. 모두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CJ헬로비전도 별도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IPTV라는 대체재 등장으로 경쟁제한성에 따른 요금인상 가능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심사기간도 대폭 축소된 것이다.

경쟁제한성 판단 여부는 독점, 과점 등의 여부가 중요한데 케이블TV의 경우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고 있고 대체재로 여겨졌던 IPTV가 오히려 세력이 더 커지면서 독과점에 따른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요금인상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셈이다.

◆독점·과점 아닌 경쟁시장…문제는 결합상품과 미래전망?=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역시 과거 동일지역내 SO간 인수합병에 비해서는 독과점 이슈가 적다. CJ헬로비전 권역에서의 점유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방송에서는 IPTV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와 위성방송, 케이블TV 등이 존재한다. SK가 CJ헬로비전을 품더라도 방송시장에서는 여전히 KT에 뒤지는 2위다. 경쟁제한성 여부만 놓고 보면 심사가 늘어질 이유가 없다. SK텔레콤이 4월 결론을 예상했던 이유다.

공정위 업무인 경쟁제한성 등 기업결합 심사만 놓고 보면 과거 통신사 합병 사례와 비슷할 수 있다. 대부분의 통신사간 기업결합 심사는 2개월 이내에 마무리됐다. 독과점 논란이 야기됐던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건만 인가신청부터 최종 결론까지 145일이 소요됐다. CJ헬로비전의 경우 공정위에서는 자료보정 기간을 감안하면 아직 심사가 120일을 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총 기간은 만 6개월이 넘은 상황이다.

공정위의 숙고가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적 루머를 제외할 경우 결합상품에 대한 경쟁제한성 판단과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의 결합상품 및 방송시장으로의 전이 등에 따른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정 위원장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방송시장 경쟁상황 보고서 검토를 이유로 들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이나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의 전이도 어차피 이동통신 점유율이 최대치 아니겠느냐”며 “정치적 루머 소문 등을 배제하면 급변하는 방송통신 시장에서 이번 인수합병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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