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를 고를 때는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구글은 그동안 엄청난 인프라 혁신을 해 왔고, 향후 5년 간은 지난 10~20년보다 더 많은 혁신을 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글이 클라우드 서비스 지분 확대에 나섰다. 이미 지난 2008년 개발 환경을 클라우드 서비스(PaaS)로 제공하는 구글 앱 엔진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이후 2010년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 2012년 가상머신(VM)을 제공하는 구글 컴퓨트 엔진 등을 출시했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에 비해선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2년부터 이사회 멤버로 있던 다이앤 그린 전 VM웨어 공동창업자를 2015년 11월 클라우드를 포함한 기업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더니,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사용자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지난해 알파벳이 설비투자(CAPEX)한 99억달러 가운데, 상당금액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투입됐다. 심지어 2020년이면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이 광고 매출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48에서 개최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넥스트 2016’ 사용자 컨퍼런스에선 이전과는 달라진 구글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약 2000여명의 개발자와 기업고객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순다 피차이 구글 대표와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사) 회장까지 깜짝 등장하며, 클라우드의 사업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들은 당초 기조연설자 명단에 없었지만 피차이 구글 대표는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이제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구글의 혁신적인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G메일이나 유튜브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혁신해 온 다양한 내부 솔루션을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며 다이앤 그린 부사장을 소개했다.
그린 부사장은 가상화 솔루션을 처음으로 고안한 VM웨어를 창업한 인물로 엔터프라이즈 업계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VM웨어를 창립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를 통해 경비와 시간을 절감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초첨을 뒀다”며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 18개월 간 보안과 머신러닝 등 차세대 클라우드를 위한 놀라운 다양한 기능들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구글은 감사 로깅(Audit Logging)과 아이덴티티 및 접근권한관리(IAM), 고객 제공 암호 키 등 기업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보안 기능(베타버전)은 물론 클라우드 머신러닝 서비스(알파버전)의 출시를 알렸다.
클라우드 머신러닝 서비스를 통해 기업은 구글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머신러닝 개발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우’를 기반으로 자체 데이터를 통한 머신러닝 모델을 구현하고 학습시킬 수 있다. 또는 구글이 제공하는 사전 훈련 기반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자사 서비스에 통합도 가능하다. 기존에 발표된 클라우드 번역 API와 클라우드 비전 API에 이어 클라우드 스피치 API도 새롭개 발표됐다. 이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것으로, 80개 이상 언어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GCP와 AWS 등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을 통합 모니터링, 관리해주는 ‘스택드라이버’의 베타버전도 공개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스택드라이버를 인수해 자사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해 왔다. 추후 MS와 오픈스택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역시 예고 없이 등장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2008년 앱 엔진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이것 하나면 모두에게 충분한 서비스가 될 줄 알았지만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변화가 필요한 것을 느꼈다”며 “이어 GCP를 개발했고, 그 결과 컨테이너 관리와 같은 솔루션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의 예를 들며 “특히 컴퓨터가 스스로 이해하고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클라우드와 접목시켰을 때, 우리의 업무를 더 스마트해질 것”이라며, “이는 인간 이상이 할 수 있는 것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스포티파이 등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사가 등장해 웹마케팅과 데이터 분석에 활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이밖에도 넷플릭스, 아우디, 베스트바이, 재규어, 스냅챗, 닌텐도 등의 고객사가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자체 데이터센터를 폐쇄하고 인프라를 모두 AWS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했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의 경우도, 현재 콘텐츠의 백업 및 아카이빙 용도로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니콜라스 하튜 스포티파이 인프라 담당 부사장은 “기능을 변화하거나 매달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할때마다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구글 빅쿼리를 이용할 경우, 2000만개 데이터를 4초 내에 돌려 즉시 결과를 볼 수 있는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