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정부는 오는 4월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다. 이번 경매는 세 번째. 2011년 2013년 두 차례 경매는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남겼다. 첫 번째는 승자의 저주와 특정사 봐주기 논란을, 두 번째는 경매의 취지는 잘 살렸지만 너무 쌌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전을 의식한 탓일까. 이번 경매 초안은 경매를 위한 규칙이라기보다 연극을 위한 각본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진흥과 국민의 편의성 증대라는 측면이 아닌 세수 확충과 투자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느낌이다.
지난 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개한 이번 경매 초안은 총 140MHz폭 주파수를 5개 블록으로 나눴다. ▲A블록 700MHz 40MHz폭 ▲B블록 1.8GHz 20MHz폭 ▲C블록 2.1GHz 20MHz폭 ▲D블록 2.6GHz 40MHz폭 ▲E블록 2.6GHz 20MHz폭이다.
이번 경매는 외관상 공정하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3세대(3G)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주파수에 특정사 참여를 배제하는 입찰 제한은 없다. 다만 통신사당 총 60MHz폭까지 낙찰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판이 보인다. 이번 경매 관건은 광대역 주파수를 누가 더 싼 값에 많이 확보할 수 있는지에 있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감자는 C블록. 이번 경매의 C블록은 LG유플러스 것이다. 경쟁 없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과 KT는 낙찰가가 올라가면 재할당 주파수 가격이 부담이다. SK텔레콤과 KT는 D블럭을 두고 싸우다가 패자가 A블록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D블록은 입찰 경쟁이 어느정도 있겠지만 A블록 역시 C블록처럼 최저경쟁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이용기간과 대역폭을 감안한 최저입찰가가 가장 비싼 것은 C블록이다. 다음은 A블록 D블록 순이다. 망구축의무를 대폭 상향해 돈을 더 쓸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덤이다. 4년 안에 전국 65%망을 구축해야한다. 4년 뒤는 2020년이다. 5G 시대다. 5G 시대가 오는데 이전 세대 투자를 대규모로 진행해야한다.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국가적 낭비다. 통신장비 회사만 신날 일이다.
경매란 무엇인가.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여럿일 때 값을 가장 높이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일이다. 이대로는 경매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 경매 이전 할당 때와 무엇이 다른가. 정부가 연출한 잘 짜진 연극 한 편 보는 셈이다. 배우도 관객도 불만인 그런 연극 말이다. 임기 2년 남은 연출가의 단견에 또 한 번 한국 ICT가 위기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