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주파수 경매방안이 발표됨에 따라 사업자들도 장고에 들어갔다. 최종 목표는 적정한 가격에 효율성이 가장 높은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주파수의 가치는 글로벌 이용환경, 경쟁상황, 인접대역 주파수 확보여부, 정부의 정책적 판단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2011년 경매에 나왔던 2.1GHz 주파수의 경우 최종 낙찰가격은 10년 이용 조건에 4455억원이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과 KT를 입찰에 배제시켜 LG유플러스는 최저경쟁가격에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올해 나온 2.1GHz주파수는 동일한 20MHz폭이지만 최저경쟁가격만 3816억원이다. 2011년에 비해 저렴한 것 같지만 이용기간이 절반인 5년 이용대가이다. 동일한 조건에 비교하면 7632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무려 71%나 가격이 상승했다. 물론, 경매가 진행되면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동일한 주파수, 경쟁환경·정부정책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동일한 주파수인데 왜 가격이 급등했을까. 상대적으로 2011년이 저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1년 거래가 이뤄진 주파수의 1MHz당 연간 평균 이용대가는 34억원이다. 2.1GHz는 22.2억원이었다. 당시 2.1GHz는 최대 황금주파수로 분류됐지만 정부가 SK텔레콤과 KT를 입찰에 배제시켜 LG유플러스가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반면, 최저경쟁가격 4455억원이었던 1.8GHz의 경우 SK텔레콤과 KT 경쟁으로 9950억원까지 올라갔다. 1MHz당 49.7억원이다.
올해에는 SK텔레콤과 KT를 배제시키지는 않았지만 연말 재할당 받아야 하는 2.1GHz 대역과 경매가격을 연동시켰다. SK텔레콤과 KT는 적극적으로 배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도 2.1GHz 주파수를 가져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광대역을 구성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는 점, 특정사업자 인접대역 효과가 있다는 점, 그럼에도 실제 경쟁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 과거 최저경쟁가격이 저평가 됐었다는 점 등이 반영돼 최저경쟁가격이 2011년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2013년에는 KT가 1.8GHz 15MHz폭을 확보하는데 무려 9001억원을 써야만했다. 최저경쟁가격은 2888억원이었다. KT는 인접대역 광대역 효과를 보기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당시 LG유플러스는 가장 인기가 없었던 2.6GHz(40MHz폭)를 최저경쟁가격에 확보했고 SK텔레콤은 1.8GHz(35MHz폭)를 확보하는데 1조500억원(최저경쟁가 6738억원)을 썼다.
◆주파수 할당대가 적정선은 34억원?…이번에도 유지될까=흥미로운 점은 지난 2011년, 2013년 경매에서 전체 낙찰된 주파수의 1MHz당 연 이용대가는 2011년 34억원, 2013년 33.7억원으로 엇비슷했다는 점이다.
무조건 최고가격을 지향하는 일반 경매와 달리 주파수 경매는 정부나 사업자나 일관되게 '적정가격'을 강조한다.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면 2011년 SK텔레콤처럼 '승자의 저주'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LG유플러스처럼 적정수준 이하에 가져갈 경우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주파수의 균등분배, 공정경쟁 및 경쟁활성화 차원에서 경매를 설계했다고 설명해왔고 사업자마다 희비는 엇갈렸지만 공교롭게도 두 차례 경매 모두 1MHz당 평균 34억원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최저경쟁가격이 과거 경매때보다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경매 설계에 참여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득원 그룹장은 "이용기간과 대역폭을 고려할 때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과거 경매를 통해 결정된 시장가치를 이번 경매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접전지는 과연 어디?…싱겁게 끝날수도=올해 경매에 나오는 주파수의 경우 최저경쟁가격을 기준으로 2.1GHz은 1MHz당 38.1억원이고 나머지 주파수는 16~22억원 사이다. 만약, 미래부가 이번에도 1MHz당 평균 30억원 중반대를 목표로 경매를 설계했다면 2.1GHz 대역을 제외한 대역에서만 가격상승을 예상했다는 것이 된다.
2.1GHz 이외에 광대역은 700MHz와 2.6GHz에서 40MHz폭을 확보할 수 있다. 2.6GHz는 당장 지금보다는 미래가치가 높은 주파수 대역이다. 700MHz도 저대역 황금주파수로 평가됐지만 이용장비, 무선마이크 및 방송주파수와의 혼간섭 가능성, 재난통신망 본사업 승패 여부 등과 맞물려 가치 변동 가능성이 있다.
과거 주파수 경매를 살펴보면 LG유플러스가 두 번 모두 최저경쟁가격에 주파수를 확보했다. 한번은 정부 배려에 또 한번은 자금력 열세로 인기 없는 대역으로 옮겼다. 1차에서는 SK텔레콤이 2차 경매에서는 KT가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올해에는 이통3사 모두 1개의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의외로 경매전은 싱겁게 끝날수도 있다. 물론, 특정대역에서 경쟁이 불붙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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