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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챙긴 이세돌, ‘신의 한수’에 알파고 ‘떡수’ 남발

- 이 9단, 백 78수 이후 우위 지켜…“5국에서 흑 잡겠다”
- 알파고 허점 노출, 기준값 밑으로 승률 떨어지면서 불계패 인정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바둑판 중앙에서 승부가 갈렸다. 흑돌 사이에 놓은 이세돌 9단의 백 78수가 ‘신의 한수’였다. 이후 알파고는 이상한 착수, 이른바 ‘떡수’를 연발했다. 13일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에서 이 9단이 알파고에 백 불계승이자 기분 좋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중국의 구리 9단도, 바둑TV에서 해설을 하던 홍민표 9단도 백 78수를 ‘신의 한수’라고 칭했다. 이세돌 9단은 4국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 장면에서 다른 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수밖에 없었다”면서 “어쩔 수 없었던 한수였는데 칭찬을 받아서 오히려 어리둥절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 9단이 이번 4국까지 승부를 거치면서 분석한 알파고의 약점은 2가지다. 알파고가 흑 돌을 잡으면 힘들어한다는 것, 그리고 생각지 못한 수가 나왔을 때 오류 형태의 수가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오늘 알파고에게 이 9단은 버거운 상대였다”며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 실수가 나오는 국면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또 하사비스 대표는 “알파고의 단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이 9단과 같은 창의적 천재가 필요하다”며 “오늘의 패는 알파고에게 매우 소중하다. 기보를 면밀히 분석해 문제를 파악하고 알파고 개선이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강화학습 연구총괄(리서치 사이언티스트)도 “중앙에서 수순을 보면 이 9단에 의해 알파고가 많이 밀렸다”며 “알파고의 한계가 시험 당했고 단점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실버 연구총괄은 알파고의 불계패 인정과 관련해 “알파고는 확률을 계산하면서 승률값을 계속 극대화한다”며 “돌을 놓다가 승률이 기준값 밑으로 떨어지면 불계패를 표시한다”고 답했다.

이 9단은 이번 4국의 승리로 심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밝혔다. 그가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서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고 인터뷰에 앞서 처음으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 9단은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1승은 그전의 무엇과도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1승이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며 “그동안 많이 응원해주셔서 한판이라고 이긴 게 아닌가 싶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또 이 9단은 3연패로 인한 부담과 관련해 “충격이 아예 없었다곤 말하지 못 하겠다”면서도 “이번에 한판을 이겨서 그런 것도 날아갔다”고 전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흑 돌을 잡으면 힘들어한다는 발언에 이어 “마지막 5국에선 (제가) 흑으로 두고 싶다”며 승부사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즉석에서 “흑으로 정해두고 마지막 시합을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하사비스 대표에게 제안했고 “그렇게 하시죠”라는 확답을 받았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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