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놀라움을 넘어선 충격과 경악의 이틀이었다. 전승을 예상했지만, 이제 전패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무섭다'는 표현까지한다.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연이은 패배에 일각에서는 인류보다 우월한 기계들의 세상을 미리 걱정하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세기의 대결을 통해 우리가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 이전에 대한민국 IT의 미래다.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IT강국’임을 자부해 왔다. 하지만, 이제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시장을 휘젖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몇년전까지만하더라도 구글·IBM·애플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인공지능 산업은 다소 뒤쳐졌지만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만 제대로 하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을 눈 앞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민관이 힘을 합해 전력질주하지 않으면 턱밑까지 쫒아가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구글은 단순히 인간보다 우월한 바둑기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확장성을 노리고 있다. 의료·로봇·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 구글은 14년간 한화로 약 33조원 이상인 280억달러를 인수합병에만 쏟았다.
또, 구글은 ‘딥마인드 헬스’ 부서를 신설해 의료분야를 공략하면서도 ‘머신러닝’을 로봇에 적용하는 등 광범위적인 인공지능 연구 및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괴물을 만들어낸 진짜 괴물은 바로 구글인 셈이다.
구글뿐이 아니다. IBM은 인공지능 ‘왓슨’에만 10억달러를 투자했다. 한화로 약 1조원 이상의 금액이다.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하고, 도요타도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었다. 영역은 다르지만 자기 분야에서 괴물로 변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정부는 올해 300억원을 투입해 지능정보기술을 확보하고, 지능정보기술연구소도 세우겠다는 계획 을 밝힌 바 있다.
민간기업들을 향한 투자 확대 목소리도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스스로 전폭적 투자를 결정했듯, 우리 기업들도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패배는 바둑으로 족하다. 대한민국 IT까지 패할 수는 없다. 곧 도래할 지능정보사회에서도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밀고 민간기업이 이끄는 발전적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적 육성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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