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KT와 LG유플러스의 SK텔레콤 발목잡기가 도를 넘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CJ헬로비전이 주주총회를 공고하자 KT와 LG유플러스가 불법 여지가 크다며 딴죽을 걸었다. 정부의 인가 여부가 결정이 나지 않아서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인수합병(M&A) 추진 자체가 반대다. 하지만 개별회사 주총을 문제 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LG유플러스 역시 정부 결정 전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합병 주총을 개최했다.
12일 KT와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이 오는 26일 임시 주총을 여는 것이 불법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시 주총 안건은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최대주주 CJ오쇼핑이 보유한 지분을 SK텔레콤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이다.
KT는 “위법 소지가 큰 주총을 강행하는 것은 정부에 대해 SK텔레콤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일정에 맞춰 인허가 심사를 마쳐야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임시 주총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는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법원 판단에 따라 결의가 취소될 경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합병 주주총회가 개최될 경우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주주 피해도 불가피하다”라며 “주주 및 채권자 피해를 빌미로 정부의 인허가를 강요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양사의 지적은 무리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M&A를 하려하지만 여전히 CJ헬로비전 대주주는 CJ오쇼핑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에 반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가 성사되면 KT는 유료방송 1위를 위협 당한다. LG유플러스는 손에 잡힐 듯 했던 2위 SK브로드밴드와 격차가 벌어진다. 사활을 걸고 막고 있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09년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 합병을 추진하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인허가 전에 주총을 열었다. 3사의 주총은 2009년 11월 공정위와 방통위 승인은 2009년 12월 이뤄졌다.
정부의 인가 및 승인 전에 주총을 여는 일은 이례적 일이 아니다. 법 위반 논란도 없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그렇다. 지난 2014년 카카오의 다음 M&A 과정도 주총이 먼저 인허가가 나중이었다.
주총 결의 반대 소송 위험은 모든 주총에 수반한다. 이를 핑계로 주총을 열지 않는 주식회사는 없다. 소액주주가 반대 의사를 표명해도 다수의 지지에 묻히는 것이 주총이다. KT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주주 반발에도 불구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의를 제기하는 주주에겐 발언 기회도 주지 않았다.
한편 당사자인 CJ헬로비전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CJ헬로비전은 “합병 주총은 CJ오쇼핑과 SK텔레콤간의 주식양수도 계약의 이행행위나 후속조치가 아니며 CJ헬로비전 주주인 CJ오쇼핑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위”라며 “합병 주총은 정부 인허가를 전제로 하므로 정부 인허가와 주총이 합병의 이행행위라거나 주총만으로 합병이 실질적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 주총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된 SK텔레콤 역시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 의결권도 CJ오쇼핑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사하는 것”이라며 “합병 건은 관계 부처의 승인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주총이 합병의 이행행위라거나 주총만으로 합병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