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대만 최대 게임행사 타이베이게임쇼가 개최되는 세계무역센터 근처 호텔에 며칠 묵게 되면서 다소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객실 내 TV를 켜자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 프로그램 중간에 게임 광고가 쉬지 않고 나오는 것이다. 주로 모바일게임 광고였다. 넷마블게임즈의 ‘세븐나이츠’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국내에서도 게임 TV 광고가 늘어난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비교 자체가 불가할 만큼 대만 TV방송에서 게임 광고가 자주 나왔다. 이밖에도 버스와 건물 외벽 등에 자주 눈에 띄는 옥외 게임광고 그리고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타이베이게임쇼 현장을 보면 이미 게임이란 미디어가 대만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전통적으로 게이머층이 두텁게 형성된 시장이다. 일본의 비디오게임(콘솔) 문화를 일찍 받아들였다. 타이베이게임쇼에서도 비디오게임이 강세였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세가, 반다이남코 등 유명 비디오게임 업체들이 대형 부스를 내고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주말이 되자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만큼 관람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국내에선 대만이 일본 비디오게임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직접 가본 현지 분위기는 모바일게임도 엄연히 시장 한축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다양한 업체들이 모바일게임이 출품하고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대만은 신흥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앱애니의 2015년 앱 트렌드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iOS와 구글플레이 전 세계 매출 국가순위로 각각 10위와 4위에 올랐다. 중국과 일본, 한국을 뒤따르는 아시아 4위의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대만 게임시장 규모를 보면 아직 1조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만 콘텐츠시장 규모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시장이 3억59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이 중 74% 가량(2억6900만달러)이 비디오게임 시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 중인 상황이다.
대만의 경제규모와 현지 게임시장의 오래된 역사, 게임이란 미디어에 호의적인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시장이라고 볼 만하다. 게임이용등급 준수 외엔 이렇다 할 규제도 없는 시장이다.
게임빌과 컴투스에 이어 넥슨이 최근 대만 지사를 설립하면서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대만 간 조세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현지에서 원천 징수되는 세금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양국 간 게임산업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대만을 꼽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만이 품고 있는 성장 잠재력을 드러낼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