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사가 저가폰에 이어 중고폰 유통을 확대할 조짐이다. 고가폰 판매에 전념하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에 따른 지원금 하향 안정화와 타 통신사와 차별화 그리고 비용절감 등의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제조사에겐 달갑지 않다. 가뜩이나 줄어든 시장이 더 줄어들 우려가 있어서다.
19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따르면 각사는 중고폰 유통 강화를 검토 중이다.
기존 중고폰 유통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SK텔레콤이다. 지난 2013년 사회적기업 재단법인 행복한에코폰을 설립했다. 행복한에코폰이 중고폰 매입과 재생 작업을 SK C&C가 유통을 맡았다. 해외 위주에서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KT는 자회사 KT링커스를 통해 중고폰 국내 판매를 모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중고폰을 수익의 한 축으로 만들 것을 타진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중고폰 국내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해외 제조사 중저가 스마트폰 국내 도입을 다시 추진 중이다. 애플 이후 명맥이 끊겼던 해외 제조사 스마트폰은 작년 중저가폰 위주로 국내 안착을 노리고 있다. 작년 폭스콘이 만든 ‘루나폰’이 SK텔레콤에서 인기를 끈 것이 도화선이 됐다. 연말연초 LG유플러스는 저가폰 화웨이 ‘Y6’를 SK텔레콤은 중가폰 알카텔 ‘쏠’을 출시하거나 출시예정이다. KT도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통신사가 중저가폰과 중고폰에 관심을 돌리게 된 1차적 원인은 단말기유통법이다. 단말기유통법 이전 통신사 전략은 고가폰에 고액 지원금을 주고 고가요금제 위주 가입자 유치 전략을 펼쳤다. 고액 지원금이 미끼다. 고액을 받을수록 위약금 부담에 통신사를 떠나기 어렵다. 아울러 고액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액 지원금 살포가 어렵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으로 통신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월 5만9900원이다. 현행 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비례한다. 통상 5만9900원 요금제를 쓰는 이들에게 지급하는 지원금 평균은 20만원 초반 수준이다. 60만원대 이상 고가폰은 소비자나 통신사나 부담이 크다. 통신사 입장에선 50만원대 이하 제품이 가입자 유치에 용이하다. 지원금을 적게 쓰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차별화를 위해선 국내 제조사보다 해외 제조사 제품을 전용으로 들여오는 편이 낫다.
작년 3분기 기준 통신3사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SK텔레콤 3만6729원 ▲LG유플러스 3만6294원 ▲KT 3만6193원이다.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지키려고 지원금을 쓰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럴 때 중고폰은 나쁘지 않다. 스마트폰은 상향 평준화됐다. 2~3년전에 출시한 고가폰이 최근 나온 저가폰보다 사양 면에선 낫기도 하다. 통신사가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보상판매 영향도 있다. 회수하는 스마트폰을 재활용하기에도 제격이다.
한편 제조사는 떨떠름하지만 나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는 통신사 중심 시장이다. 관계를 고려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참여자가 증가할수록 중고폰이 늘어날수록 국내 제조사 새 폰은 덜 팔린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사는 휴대폰 판매보다 가입자 유치를 많이해 통신요금을 받는 것이 1차적 목표니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라며 “적정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범위에서 대응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보급형이 많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지만 통신사가 중고폰까지 늘리면 통신사 중심 유통체계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등 통신 3사 유통 구조를 깰 수 있는 대안이 성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들은 “국내 제조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화를 통해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제조사에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