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약정 지원금 제도가 폐지되는 추세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가 약정 지원금을 폐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보조금 경쟁이 아닌 요금제 중심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미국의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 모델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단말기 판매방식의 변화를 분석했다.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T모바일에 이어 지난해 8월 약정 지원금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했다. 아직 보조금 모델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프린트도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바 있다. 애플도 이동통신사와 연계하지 않은 자체 할부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오랫동안 유지돼왔던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요 이통사들의 지원금 중단은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으로 단순화하고 요금을 소폭 인하하면서 가능해졌다. 미국 이통사들이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는 이유는 시장포화로 신규 가입자의 매력도가 떨어진데다 혁신적인 단말기 출시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단말기 할부지원 약정모델의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년 총통신비를 합계비교하면 종전의 지원금 프로그램보다 대체로 저렴한 편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이통사 입장에서는 지원금으로 이용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기기간의 데이터 공유나 소비증가 추세를 유도하는 수익모델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KISDI는 "데이터 요금제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단말기와 요금제 분리를 통해서 기기추가에 따른 회선료를 받는 수익모델이 점차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소비패턴이 강화되는 반면, 단말기 중심의 약정 지원금 모델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에서 약정 지원금 종료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지원금 폐지를 할인 폐지로 인식할 수 있는데다 이통3사간 지원금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처럼 리스프로그램, 제조사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도 국내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판매 모델이 아니다.
KISDI는 "미국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지원금 모델의 종료가 단말기를 선택한 뒤 요금제를 선택하는 단말기 중심의 구도에서 요금제를 선택한 뒤 기기를 추가로 붙여가는 요금제 중심으로 전환을 의미한다"며 "우리도 요금제와 단말기 분리를 촉진하고 요금제 중심의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향후 스마트 생태계 확산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KISDI는 단말기 지원금이 할인과 연계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금 관찰, 단말기선택, 요금제 선택으로 이어지는 단말기 지원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야할 가장 큰 장애물로 분석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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