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참여와 관련,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보의 국경 간 이동 허용과 컴퓨팅 설비의 국내설치 의무 금지 등 전자상거래 규범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미국 등 해외기업들의 시장 잠식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TPP는 아태지역 국가들의 다자 간 무역 협정으로,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가입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중국 주도로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 RCEP는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등 16개국의 관세장벽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TPP와 RCEP 등의 전자상거래 규범은 국가 간 디지털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정보의 국경 간 이동 허용과 서버 등 컴퓨팅설비의 국내설치 의무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나 스토리지 IT인프라가 국내에 없더라도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가능해 기술이나 운영 노하우가 앞선 해외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특히 학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TPP의 전자상거래 규범이 향후 글로벌 통상규범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산업의 시장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9월 28일부터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되면서 의료와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존 제도 및 관행을 철폐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장벽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금융이나 의료 등 일부 법령에선 여전히 데이터의 해외 저장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참여는 힘들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국내에 자체적인 데이터센터(IDC)를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TPP나 RCEP와 같은 국제통상 전자상거래 규범 변화에 따라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이나 IT 장비의 해외 구축 등이 가능해지게 되면,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는 사실상 위기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바꿔 말하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보다 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전략적인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한 중소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되고 국내에서도 점차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국제통상 규범에 따라 개방성이 높아지면 해외 클라우드 기업의 시장 공략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4일 ‘제32차 정보통신기술(ICT)정책 해우소’를 개최하고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사물인터넷(IoT) 협회를 비롯해 관련업계, 학계, 공공기관 등에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관련된 TPP와 RCEP 등 신규 국제통상 논의에 함께 지역별 디지털거래 활성화를 위해 EU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싱글마켓’,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언급된 ‘한중일 디지털 싱글마켓’에 대한 내용도 공유됐다는 설명이다.
미래부 측은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속성상, 이용자의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전에 충분한 제도적 보완이 없으면 정부의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광활한 시장이 확보돼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재유 제2차관은 이날 “글로벌 밸류체인에 동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TPP 규범을 수용할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클라우드와 전자상거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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