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2일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은행과 외한은행의 합병 예비인가를 승인했다.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의 임시주총 이후 본인가까지 승인하면 오는 9월 1일부로 ‘KEB하나은행(가칭)’이 출범한다.
그동안 물리적 통합 일정이 늦춰진 하나금융으로선 갈 길이 바빠진 가운데 최근 일어난 하나카드의 전산장애사고의 여파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지난 20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하나카드로 새출발 한 이후 첫 통합망이 본격 오픈됐다. 하지만 전산통합이 이뤄진 첫날부터 3일간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하나카드 고객들은 체크카드 결제부터 교통카드 사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시스템 통합 사업은 지난 2008년 마무리된 신한카드와 LG카드의 시스템 통합 이후 6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카드 시스템 통합 사업으로 주목받았으며 외한은행과 하나은행 전산통합의 시작을 알린 사업이란 상징성도 가진다.
하지만 오픈 첫날부터 카드결제 부문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IT통합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 IT통합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IT통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이 쓰인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양 은행의 전산통합 시점을 내년 2월 설 연휴를 기점으로 잡고 있다. 약 7개월간 시스템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것.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IT부서, 그룹 IT계열사인 하나아이엔에스 등 관련 당사자들은 IT통합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1998년 IMF사태로 인한 은행권 구조조정 당시, 하나은행은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등을 차례로 흡수하면서 IT통합에 대해서는 나름의 오랜 노하우를 축적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IT업계 일각에선 대형 은행이 1년내에 시스템 통합에 나선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시스템 통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의 금융 IT통합 사업이었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산은금융지주의 경우 통합작업에 4개월이 걸린바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경우 원래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다 분리됐던 시스템을 다시 합친 것이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통합작업이 하나SK카드-외한카드 사업보다 유리한 점은 두 은행이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SK카드-외한카드의 경우 전자는 유닉스를 후자는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어 아키텍처의 상이함이 보다 컸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와 플랫폼이 상이한 두 은행의 시스템을 1년내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이번 하나카드의 전산장애를 빌미로 외환은행 노조가 IT통합 일정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전산통합 작업에 앞서 지난해 11월 은행 IT통합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양 은행의 IT부서를 서울스퀘어로 통합·이전하는 등 사전작업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계정계 테스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환-하나은행 IT통합 일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하나카드 시스템 오류로 인해 하나금융측에선 보다 철저한 사전 점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 은행 통합을 위한 사전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테스트 과정을 거쳐 오류를 잡아내는 과정이 필수적이고 카드 전산장애 사고를 고려하면 테스트 과정에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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