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 유력…청산 결정 전 매각 ‘실낱 희망’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선언했다. 이제 팬택에 남은 경우의 수는 2가지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청산이다. 실낱 희망이지만 아직 매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팬택이라는 브랜드만 보면 제3의 길도 있다. 자산 매각 과정서 일부를 인수해 부분적으로나마 기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26일 팬택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팬택 이준우 대표는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며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팬택은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다. ▲스카이 ▲베가 등이 대표 브랜드다. 작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원은 팬택 회생방안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은 쉽지 않았다. 두 차례 공개매각 모두 유찰됐다. 공개매각 사이엔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무산된 사례도 있다. 입찰에 나선 곳 모두 의도가 불분명했다. 팬택을 매개로 한 언론플레이로 자사 지명도를 높이려는 등 사업 의지도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
팬택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제24기 사업보고서(2014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에 따르면 작년 12월31일 기준 팬택의 자산은 총 2683억원이다. 부채는 총 9962억원이다. 팬택 임직원은 작년 기준 1400여명. 팀장급 이상 임직원은 인수합병 기업 고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괄 사표를 낸 상태다. 삼정회계법인은 작년 12월 제1차 관계인집회에서 팬택에 대해 계속가치 1114억200만원 청산가치 1504억9500만원이라고 평가했다.
법정관리 폐지 신청 후 팬택의 길은 양자택일이다. 한 쪽에 무게추가 실린 것이 문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청에 의한 법정관리 폐지 때는 법원이 ▲관리위원회 ▲채권자협의회 ▲이해관계인 의견을 들어야 한다. 별도 회의를 열지 않으면 기일을 정해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한다. 통산 2~3주가 소요된다.
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법인파산의 경우 등기이사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파산선고 후 2주 이상 3개월 이하 기간 동안 채권신고를 받고 4개월 안에 제1회 채권자집회를 열게 된다. 채권 변제 등이 마무리되면 법인 해산, 즉 청산이다.
작년 기준 팬택의 자산 장부금액은 ▲토지 225억원 ▲건물 229억원 ▲기계장치(공장) 42억원 ▲기계장치(상암) 28억원 ▲임차보증금 86억원 ▲회원권 13억원 ▲산업재산권 17억원 등이다. 산업재산권은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이 나머지는 한국산업은행 등이 담보권자다.
팬택의 생존에 대한 마지막 기회는 폐지 결정이 내려지기 전 2~3주에 있다. 폐지 신청을 했다고 매각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팬택에 대한 인수합병(M&A) 의지가 있는 곳이 이 때라도 등장하면 상황은 급반전이다. 물론 지금껏 매각 과정을 고려하면 매우 낮다. 다만 팬택 가격이 이제 바닥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인수희망자 등장 확률이 ‘제로(0)’는 아니다.
팬택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은 하나가 또 있다. 청산 과정서 분할 매각된 자산 중 일부를 인수한 쪽이 팬택이라는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매각은 돈이 되는 것 전부 또는 각각 분리해 이뤄진다. 공장을 인수해 생산만 하는 사업을 연구개발(R&D)센터만 인수해 휴대폰 개발만 하는 사업도 가능하다. 브랜드 역시 무형자산이다.
한편 팬택 구성원과 관계사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청산이 되면 전 구성원이 실낱 같은 희망을 잡더라도 대부분의 구성원이 새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월급을 자진 반밥하고 휴직을 실시한 일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 대표는 “이번 위기를 타개해 생존할 수 있다면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력 강화뿐만이 아니라 국가 미래 성장산업 발전과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스스로의 믿음과 각오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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