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금 인하 효과, 있다 vs 없다…요금제 합리적 선택 뒤따라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통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구조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비판하는 쪽은 요금인하 효과가 없다는 점을, 옹호하는 쪽은 산업 생태계 변화 촉진을 강조하고 있다.
25일 통신사 등에 따르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가 연휴 직후 6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요금제’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 LG유플러스 ‘데이터 중심 롱텀에볼루션(LTE)음성자유 요금제’와 ‘LTE데이터 중심 비디오 요금제’ 등 4종이다. SK텔레콤은 낮은 요금제도 유무선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점, KT는 원조라는 점,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시청용 데이터를 따로 주는 점 등이 특징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스마트폰 활성화에 따른 사용 패턴 변화로 전 세계 통신사가 도입하고 있다. 국내는 KT가 신호탄을 쐈다.
미래부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에서 데이터로 통신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가입해 유리한 사람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그렇지 않으면 기존 요금제를 이용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초반 고객 관심은 높다. 음성통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서다. SK텔레콤 요금제를 선택하면 전화를 아무리 많이 써도 2만9900원(부가세 제외)면 충분하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출시 첫 날 15만명이 넘는 사람이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금인하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자초한 바가 크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추진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핵심과제다. 문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계통신비 부담 경감’로 보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정부는 음성 위주 이용자의 통신비가 연간 최대 7000억원이 절감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가입자의 휴대폰 이용 패턴은 음성에서 데이터로 무게가 옮겨지고 있다.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데 음성통화가 많아 비싼 요금을 내는 사람에겐 수혜지만 음성통화가 남고 데이터가 모자랐던 사람에겐 피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무제한 제공 기준을 5~6만원대로 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1GB당 요금도 앞서 비슷한 요금을 도입한 해외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이는 현 정부 하에선 소비자가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이익이다. 성과를 포장하려다보니 요금제 자체가 갖는 의미까지 퇴색됐다.
사실 통신사도 현 상황이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요금제 인기와 요금인하의 상관관계는 통신사에겐 중요하지 않다. 통신사는 요금제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를 높일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초반 데이터요금제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음성통화 요금을 줄이려는 가입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통신사 ARPU엔 악영향이다. 부가세를 빼고 4만원대에 가까운 요금제는 골라야 돈이 된다. 1분기 기준 ARPU는 ▲SK텔레콤 3만6313원 ▲KT 3만4389원 ▲LG유플러스 3만5792원이다. 가입자가 높은 요금제로 가도 고민은 이어진다. 한계점이 눈 앞에 보인다. 여전히 통신 외적인 새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한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가입자의 합리적 소비가 같이 이뤄져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조언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소비자가 요금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무선랜(WiFi, 와이파이)을 이용하면 그만큼 요금을 낮출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음성통화를 줄이고 기존 요금제를 쓰면 된다. 또 스마트폰 구입 지원금 대신 이에 상응하는 요금할인(할인율 20%)을 고르면 요금은 더 줄어든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은 여전히 과도기”라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나왔다고 다른 요금제를 폐지하거나 새로 가입할 기회를 없앤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이용 패턴 변화에 상응하는 소비 패턴 변화도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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