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3위인 도쿄일렉트론(TEL)의 합병이 무산됐다. 주요 각국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 합병 무산의 주된 이유다.
27일 AMAT와 TEL은 “합병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사는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을 다 했지만 미국 법무부와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정도로 강력한 규제를 받을 바에야 아예 하지 말자’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AMAT와 TEL은 올해 초 미국 법무부를 설득하기 위해 합병 승인 관련 개선안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식 발표에선 미국 법무부만 언급됐으나 중국은 물론, 한국과 대만, 일본 규제 당국도 양사 합병 승인을 내 주지 않고 있었다. 독점 우려 때문이다. 합병을 승인한 국가는 싱가포르와 독일 뿐이었다. 이로써 양사의 경영통합은 2013년 9월 공식 합병 발표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실패로 끝이 났다.
양사 합병 발표는 각국 장비 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국 장비 업계도 AMAT와 TEL이 합병할 경우 우월적 시장점유율을 활용한 끼워팔기, 장비 부분품 조달 봉쇄, 특허권 남용 등의 우려가 있다며 합병을 격렬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인사이트세미콘 4월호 스페셜리포트 참조). AMAT와 TEL은 노광을 포함한 17개 세부 반도체 전공정 장비 가운데 13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양사가 합병했을 경우 이 가운데 9개 장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었다. 이 때문에 이용한 원익 회장은 지난해 8월 열린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현안점검 간담회’에서 “AMAT와 TEL의 합병은 마치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내 장비 업체에 엄청난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 무산으로 국내 중소, 중견 장비 업체들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AMAT-TEL의 독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국내 장비 업체들이 향후에도 이러한 합종연횡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덩치를 키우거나,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MAT와 TEL은 이날의 합병 무산 발표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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