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1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3위 업체인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의 경영 통합은 향후 장비 업계의 지형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양사는 경영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2012년 기준 양사의 매출액 합계는 100억달러 규모로 2위 업체인 네덜란드 ASML(48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450mm 웨이퍼 대응 장비 등 차세대 기술의 공동 연구개발(R&D)로 투자비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양사의 주력 제품군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영업 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묶음 판매’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다.
13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AMAT와 TEL의 장비 시장 매출액 점유율은 각각 14.4%와 11.1%로 양사 점유율 합계는 25.5%에 이른다. 이는 2위 업체인 네덜란드 ASML(12.8%)보다 두 배 높은 것이다. 주력 장비도 겹치지 않는다. AMAT는 증착(Deposition) 및 이온주입(Ion Implanter) 분야에서, TEL은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와 절연물(유전체, Dielectric) 식각(Etching)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AMAT는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에 필요한 에피택시(epitaxy) 증착 장비 분야에서 89%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 컨트롤 장비는 76%,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와 물리기상증착(PVD)은 각각 47%, 7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반도체에 불순물을 주입하는 이온주입 장비 점유율은 76%에 이른다.
TEL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패턴을 새길 때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공정 장비 시장에서 89%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절연물 식각 장비 점유율은 63%다. 실리콘 식각 장비의 경우 AMAT와 TEL의 점유율은 각각 14%, 9%로 3위 업체인 램리서치와 직접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TEL이 포토레지스트 장비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AMAT는 이를 활용해 자사 증착 장비의 공급량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 장비 기업 대부분이 증착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영향이 없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세공정 전환을 위한 장비로 노광 대신 증착과 식각 분야가 뜨고 있다는 점은 양사 경영통합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다. 10나노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성능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소자 업체들은 노광 공정을 여러번 진행하는 다 패터닝 공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증착 및 식각 장비 수요는 보다 늘어난다.
소자 업체와 ‘힘의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신 반도체 공장을 지을 재무적 여력이 있는 업체는 현재 인텔, 삼성전자, TSMC, 글로벌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인텔과 삼성전자, TSMC는 업계 총 투자액의 50%를 담당하는 ‘큰 손’이다.
AMAT와 TEL의 경영 통합으로 장비 시장에서 5%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체는 AMAT-TEL(25.5%), ASML(12.8%), 램리서치(7.4%), KLA-덴코(6.5%)로 좁혀졌다. 투자를 하는 곳도, 장비를 만드는 곳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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