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9일 단행된 SK그룹 임원 인사에선 텔레콤, 이노베이션, 네트웍스, C&C 등 SK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됐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 CEO가 줄줄이 옷을 벗는 인사태풍 속에서도 SK하이닉스의 박성욱 사장은 유임됐다. 올해 SK하이닉스에선 부사장 3명, 전무 2명, 신규 임원 선임 32명 등 총 37명의 임원 승진자가 배출됐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임원 승진 규모가 20명이 넘는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제대로’ 사업을 펼친 곳은 SK하이닉스 밖에 없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가 임원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명실공히 ‘그룹 제 1의 계열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지난해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올 연간 매출액이 16조원대 중후반, 영업이익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약 20%, 영업이익은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었던 배경은 D램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호황 국면이 계속된데다 회사의 혁신 노력으로 후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랜 기간 과도한 경쟁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D램 시장은 2년 전부터 승자독식 시장으로 변모했다. 현재 세계 시장에 D램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일본 엘피다 인수) 3사로 압축된 상태다. 공급 업체가 줄어들면서 D램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는 D램 가격의 안정세를 불러왔고, 몇 남지 않은 공급업체들의 이익은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강도높은 연구개발(R&D) 전략으로 D램 미세공정 수준을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20나노대 공정(2x, 2y) D램 출하 비중은 90%였다. 삼성전자(84%)는 물론 마이크론(44%) 보다 20나노대 D램 출하량이 많았다. 공정 미세화로 회로선폭이 줄어들면 반도체의 주 재료인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Die) 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미세공정 수준은 원가 경쟁력, 나아가 반도체 회사의 경쟁력으로 인식된다. 즉,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서울사무소가 아닌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R&D를 진두 지휘했다.
박 사장은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 미국생산법인 담당임원, 연구소장, 연구개발제조총괄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회사 내 최고 기술 전문가다. R&D에 중점을 둔 그의 경영 전략과 D램 시장 호황이 더해져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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