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단, 수익 극대화 방안 고심…업계, “시간 끌면 가능성만 낮아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협력사 통신사에 이어 지방자치단체도 팬택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열쇠를 쥐고 있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이 묵묵부답이다. 팬택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갈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채권단이 팬택 회생보다 투자금 회수와 책임을 다른 곳으로 넘기기 위한 태도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며 남경필 도지사는 지난 18일 경기도 노사민정협의회를 열고 ‘팬택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민정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채권단과 정부가 팬택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호소했다. 팬택은 경기 김포에 휴대폰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550여개 협력사도 대부분 경기도에 있다.
박덕규 팬택 노조위원장은 “뜻하지 않은 이동통신사 영업정지로 550개 협력업체 7만여 근로자가 위기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유영록 김포시장은 “팬택은 김포시에서 가장 큰 기업이고 대부분의 협력업체가 경기도에 있다”라고 전했다. 남경필 도지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동의를 하면 길이 열리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 뛰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라며 “반드시 팬택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 회장 하이케이텔레콤 홍진표 대표는 지난 17일 SK텔레콤 본사와 청와대에서 집회를 열고 “7월부터 협력사 직원은 무급휴가 중이며 이번 주 중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연쇄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협력사는 이미 자발적으로 채권액의 10~30%를 탕감키로 한만큼 채권단 통신사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는 팬택 채무를 유예키로 결정한 상태다. 공식 선언은 하지 않지만 만기가 돌아와도 청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팬택은 국내 휴대폰 점유율 3위 제조사다. 지난 3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연장 여부 결정이 이달 초 있을 예정이었다. 팬택 채권단은 ▲산업은행(지분율 11.81%) ▲농협(5.21%) ▲우리은행(4.95%) ▲신용보증기금(4.12%) ▲하나은행(3.49%) ▲수출입은행(2.78%) ▲신한은행(2.55%) ▲국민은행(1.75%) ▲대구은행(1.16%)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당초 채권단은 통신사 1800억원 출자전환을 전제조건으로 팬택 워크아웃 연장을 의결했다. 통신사가 출자전환 대신 채무유예를 선택한 것에 대한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다. 어찌됐든 팬택이 워크아웃을 가려면 채권단이 새 워크아웃 계획을 의결해야 한다. 이대로는 통신사가 채무를 유예했어도 다른 채무로 부도에 처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통신사에 출자전환을 요구한 것 자체가 채권단이 팬택 회생 책임을 통신사에 떠넘기고 정상화 되면 수익은 극대화 하겠다는 심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특성상 이러다 직원 유출이 일어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라며 채권단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팬택만 놓고 보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큰 차이가 없지만 협력사는 팬택이 법정관리로 가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내 휴대폰 제조 생태계를 감안할 때 팬택이 있는 편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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