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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 때 나올 때 다르다?…LGU+-팬택 협상결렬, 내막은

- 팬택, LGU+와 구두합의 불구 협상 틀어…통신 3사 구매력 차이, 출고가 인하 제약 ‘부상’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유플러스와 팬택의 출고가 인하 협상이 결렬됐다. 휴대폰이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주로 판매되는 현실에도 불구 통신사 주도 출고가 인하가 쉽지 않다는 사례가 됐다.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에 따른 구매 규모와 협상력 그리고 통신 3사와 거래를 하는 제조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휴대폰 출고가 인하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3일 팬택은 LG유플러스의 ‘베가시크릿업’ 출고가 인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베가시크릿업의 출고가를 95만4800원에서 59만9500원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베가시크릿업은 작년 12월 출시한 제품이다.

당시 LG유플러스 조원석 디바이스 담당은 “통상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가 통신 3사의 의견을 수렴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 영업정지 등의 이슈로 단말 가격인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팬택을 돕기 위해 LG유플러스가 이번에 먼저 나서 단말 출고가 인하를 단행한 만큼 조만간 경쟁사도 같은 수준으로 출고가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고가 인하를 두고 팬택과 LG유플러스는 이견을 겪었다. 가격 인하는 LG유플러스가 단행했는데 차액은 LG유플러스와 팬택이 나눠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T가 출고가 인하에 동참하며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팬택도 이와 관련 ▲재고보상금 분할상환 ▲다른 단말기 신규규매 ▲인하가격 논의 ▲SK텔레콤·KT 등과 공동보조 등을 요구하는 등 실리 위주 협상 전략을 들고 나왔다.

LG유플러스와 팬택이 출고가 인하를 논의하게 된 것은 팬택 이준우 대표가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에게 이메일 호소문을 보낸 것이 발단이다. 팬택은 지난 3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팬택 채권단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번 출고가 인하는 이런 배경에서 추진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팬택과 3월말부터 출고가 인하를 추진했지만 경쟁사가 반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라며 “LG유플러스는 팬택 단말기가 출고가가 높아 제품을 추가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불가피하게 출고가 인하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KT도 LG유플러스 입장에 동의했다. KT 역시 LG유플러스와 같은 날 베가시크릿업 출고가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입장이 달랐던 것이 문제가 됐다. SK텔레콤의 반대는 통신 3사가 직면한 사업정지가 영향을 끼쳤다. 통신 3사는 지난 3월13일부터 오는 5월19일까지 각각 45일씩 사업정지다. SK텔레콤은 이미 단독 영업을 마치고 사업정지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6일까지 단독 영업이다. 이후는 KT 단독 영업이다. SK텔레콤만 베가시크릿업 출고가 인하 수혜를 못 보는 셈이다. 팬택이 LG유플러스와 협상을 깨면 LG유플러스는 편법 보조금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팬택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팬택을 도와주려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LG유플러스하고만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최종 계약 과정에서 방향을 튼 것에 대해 해명했다.

한편 팬택은 5월 ‘베가아이언2’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은 베가아이언2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며 이번 협상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팬택이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것이 장기적인 팬택의 회생에 긍정적 역할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통신사가 구매 물량을 늘리는 것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이번 일을 통해 특정사의 입김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른 회사들이 팬택의 제품에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는 두고 봐야 하는 내용”이라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특정사 지원보다 ‘갤럭시S5’처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팔리는 제품을 미는 것이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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