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11일 세계 시장에 출시된 갤럭시S5. 이 제품의 카메라 모듈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양산한 1600만화소 아이소셀(ISOCELL) CMOS이미지센서(CIS)가 탑재돼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소니의 CIS를 버리고 아이소셀을 갤럭시S5에 탑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소셀은 왜 강할까. 이미 공개된 자료를 통해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적 권위의 반도체 학회인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14에 아이소셀 CIS 기술의 면면을 담은 논문(제목 1/4-inch 8Mpixel CMOS Image Sensor with 3D Backside-Illuminated 1.12μm Pixel with Front-Side Deep-Trench Isolation and Vertical Transfer Gate)을 공개했다. 삼성은 “아이소셀은 후면조사형(BSI, Backside illumination)에서 한 단계 나아간 차세대 CIS”라고 소개했다.
CIS의 경쟁력은 ‘많은 빛을 얼마나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나’이다. 빛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화소 크기를 키우면 된다. 그러나 칩 면적은 한정돼 있다. 화소수를 늘리면서 크기까지 키울 순 없다. CIS 업계는 화소수를 늘리면서도 빛을 보다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을 지속 개발해왔다. 소니가 첫 상용화에 성공한 BSI 방식 CIS가 대표적이다. BSI CIS는 금속배선층이 포토다이오드(PD, 빛을 검출하 전하를 발생하는 역할)층 아래에 위치한다. BSI CIS는 PD가 금속배선층 아래에 있는 기존 전면조사형(FSI, Frontside illumination) 방식 대비 빛 손실이 현저하게 적다. FSI 방식은 마이크로렌즈와 적(R)록(G)청(B) 컬러필터를 거친 빛이 금속배선층에 가려 PD에 ‘제대로’ 도달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BSI는 이를 해결한 것이다.
소니 이후 다양한 업체들이 BSI 방식 CIS를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속배선층을 PD층 아래로 두는 것은 제조 공정 측면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FSI CIS의 일반적 제조 공정 과정은 이렇다. ①우선 실리콘 기판 위에 PD를 형성한다. ②그 위로 금속배선층을 배치해 회로를 만든다. ③배선층 위로 RGB 컬러필터와 마이크로 렌즈가 얹혀지면 공정이 끝난다. BSI는 다르다. ①기판 위에 PD와 ②배선층을 형성한 뒤 ③웨이퍼를 거꾸로 뒤집어 새로운 보강 기판 위로 올린다. ④뒤집혀진 웨이퍼는 PD 층이 나타날 때까지(약 1마이크로미터 두께) 별도 공정을 통해 깎아낸다. ⑤PD 층 위로 RGB 컬러필터와 마이크로 렌즈가 얹혀진다. BSI 방식 CIS가 FSI 방식보다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공정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아이소셀 CIS에는 BSI 방식에 F-DTI(Frontside-Deep Trench Isolation) 및 VTG(Vertical Transfer Gate) 기술이 접목됐다. 논문에 따르면 F-DTI는 화소와 화소 사이에 0.2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벽을 형성, 각각의 화소를 물리적으로 격리시킨다. 각 화소를 격리하는 이유는 간섭현상(Crosstalk)을 줄이기 위해서다. 위 왼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 BSI CIS는 빛이 컬러필터를 거쳐 PD로 이동할 때 주변 화소로 새어나가는 간섭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녹색 화소로 들어갈 빛이 적색 혹은 청색 화소용 PD로 새어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색의 왜곡, 노이즈, 누설전류 확대로 이어진다. 물리적으로 각각의 화소를 격리하면 빛이 적색, 녹색, 청색 화소 PD로 보다 정확하게 들어가게 된다.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정확한 색 표현, 노이즈 감소, 전력소모량 절감이다.
물론, 화소 사이에 벽을 형성하면 PD의 면적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PD 표면적이 감소하면 담을 수 있는 빛(전하)의 양이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단점을 없애기 위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이트의 구조를 수직으로 바꾸는 VTG 기술을 적용했다. PD 아래로 게이트가 위치하는 것이 VTG의 구조다. 삼성전자는 수평 구조였던 게이트를 수직으로 바꾸면서 기존 대비 PD의 용량을 오히려 늘릴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모듈 렌즈와 CIS의 거리를 좁히난 벙법으로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20% 확대할 수 있는 것도 아이소셀의 장점이다. 빛을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이는 사진 결과물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논문에서 화소 크기가 1.12마이크로미터인 BSI 및 아이소셀 CIS의 성능비교표를 공개했다. YSNR10은 150에서 105로 낮아졌다. YSNR10은 휘도신호(Y)의 신호대잡음비(SNR, Signal to Noise Ratio) 수치가 10이 되는 수치를 뜻한다. 낮을 수록 어두운 환경에서도 좋은 사진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 간섭현상(Crosstalk)은 BSI가 19%인데 반해 아이소셀은 12.5%로 낮았다. VTG 기술을 적용, 화소 사이에 물리적 벽을 형성했음에도 빛(전하)을 담을 수 있는 PD의 용량(Linear full well)은 5000e-에서 6200e-로 24% 늘어났다. 센서가 구분할 수 있는 밝기(brightness) 범위인 다이내믹 레인지 수치는 68.1dB 보다 높은 69.9dB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아이소셀 CIS를 양산하며 “간섭현상을 30% 줄이고 수광면적(PD 용량 확대)을 30% 증가시켰으며 20% 더 넓은 광입사각을 구현했다”라고 알리고 있다. 비교 대상 제품이 바뀐건지는 알 수 없지만, 논문에서 밝힌 내용보다 성능 향상 폭이 큰 것으로 일반에 알려지고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아이소셀이 BSI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CIS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갤럭시S5에 소니의 CIS 대신 아이소셀을 탑재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 입장에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외 새로운 대형 매출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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