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원격진료 허용 여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파국으로 치달았던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이 ‘시범사업’이라는 절충안에 협의하면서 소강상태에 들어섰지만, 의료계는 원격진료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다시 폭발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동네병원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까지 벌이면서 원격진료 허용을 거부하는 이유다.
사실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는 충분하다. 기술이 발전해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가정 내에서 대형 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소규모 동네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과 에스케이텔레콤은 ‘헬스커넥트’라는 회사를 만들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KT와 합작해 ‘후헬스케어’를 만들었다
사실 인터넷과 IT기술은 이미 수많은 ‘동네 자영업자들’을 말살시켜 왔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서점은 거의 사라졌으며, 동네 꽃배달 업체들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형 꽃배달 업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최근에는 동네 식당들을 소개하는 홍보전단까지 배달의민족과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자리를 내주는 추세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수많은 업체들이 치명타를 입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앞으로도 사라질 업종이 많을 것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원격진료 허용 여부를 단순히 의료계의 싸움으로 봐선 곤란하다. 이는 단순히 의료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계의 우려는 편리한 인터넷과 IT기술이 가져오는 역효과 중 하나일 뿐이다.
인터넷과 IT기술이 동네 자영업자들을 말살시키는 이유는 지역이라는 장벽을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클릭 몇 번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서점에 오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쓸 사람은 많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큰 효용을 인터넷이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해 안전한 원격진료가 가능해진다면 소비자 효용은 막대할 것이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들뿐 아니라, 일반 환자들도 아픈 몸을 이끌고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지속적인 건강관리로 초기에 질병을 확인하고 진단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IT 기술은 소비자의 효용을 높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가져온다.
결국 두 개의 충돌하는 가치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숙제다. 소비자 효용은 지키면서, 동네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최소화 할 방법을 찾아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일례로, 지난 해 프랑스는 영세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의 무료배송을 제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5% 이상 책을 할인하지 못하게 하는 도서정가제도 실시하고 있다.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소비자효용의 감소에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역사적으로 보면 소비자 효용을 떨어뜨리는 규제는 항상 실패했고, 생각지 못한 사이드이펙트(Side Effect)를 낳았다는 것이다. 만약 국내 인터넷 서점을 규제한다면 아마존닷컴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업체를 규제했더니 해외 인터넷 업체만 혜택을 입는 현상을 우린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원격진료 역시 국내법으로 막아도 해외의 병원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유사 의료행위도 횡행할 수 있다. 퓨얼밴드 같은 기기를 보면 어쩌면 종국에 나이키 같은 회사들이 병원 대신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를 일이다.
원격진료를 무조건 막겠다는 의사협회의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도 낮고 단기적으로는 성공해도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네병원의 몰락을 최소화 시키면서 의료 소비자의 효용을 지키는 원격진료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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