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u헬스케어 등 IT융합의 대표 산업으로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이 점쳐져왔지만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침체를 거듭해왔다.
일부 업체들이 아파트 등 시범단지를 중심으로 파일럿 사업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했으나 간단한 건강정보 제공이나 혈당 체크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온 것.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수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가 금지되면서 ‘관리’에만 집중한 업체들은 사실상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초기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던 IT서비스업체를 비롯해 전문 업체들은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보다는 전자의무기록(EMR), 영상정보관리시스템(PACS) 등 병원 IT인프라 시장에 집중해왔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계속 붙잡고 있기란 기업 경영관점에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복지부의 법안 개정 움직임에 따라 본격적인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업체들은 기대감에 차있다.
신한투자증권 박현명 연구원은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 발표 후 나온 보고서를 통해 “비만에 대한 관심과 체지방률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는 등 이미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은 본격적으로 개화됐다”면서 “u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하면 시장 성장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의료업계의 저항감은 거세다. 보건의료노조는 30일 성명을 통해 “원격진료가 본격화되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동네 병·의원의 몰락과 하청 계열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려 의료전달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게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 도입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일차적인 원격진료 허용을 의원급 동네의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의료업계가 원격진료 허용이 동네 병·의원의 몰락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배치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의료업계에서는 현재 대형병원들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과 함께 헬스케어 시장 진입 준비를 해 온 만큼 자본력과 기술도입을 바탕으로 전체 의료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형병원의 원격진료 시장 참여가 시기상의 문제일 뿐 조만간 원격진료 시장에서도 대형병원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
하지만 원격진료는 IT와 융합된 새로운 분야의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이 허용된 이상 그 다음은 자신들의 경쟁력과 아이디어 싸움이 된다고 봐야 옳다.
애플이 아이폰이 전세계 경제는 물론 IT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듯이 원격진료 허용은 수많은 연계 서비스와 장비, 콘텐츠 들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 경쟁시대에 우리가 보고 느꼈듯이 더 이상 이 시장은 거대 자본의 논리로 결정되지 않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아이템, 그리고 고객의 요구를 누가 더 빨리 인지하고 서비스에 나서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확률이 높다.
어쨌든 원격진료 허용은 의료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혁신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듯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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