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ST마이크로와 보쉬가 전 세계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칩 시장 1, 2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왔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순위가 3위로 떨어졌다.
MEMS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기계부품과 전자회로를 동시 집적하는 기술이다. 잉크젯 프린터 헤드 및 카메라 자동초점 액츄에이터, 오실레이터, 각종 센서 등이 MEMS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자이로(방향 및 기울기 측정), 가속, 압력, 나침반 센서 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최근 시장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욜 디벨로페먼트의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MEMS 시장 규모는 110억달러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작년 전체 반도체 시장이 2% 가량 역성장했음을 고려하면 MEMS, 그 중에서도 센서류 제품 판매는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ST마이크로와 보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되는 MEMS 센서의 출하를 확대해 작년 이 시장 1, 2위 업체로 도약했다. ST마이크로는 MEMS 관련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2% 증가한 10억달러에 도달했다. MEMS 제품 만으로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 업체는 ST마이크로가 최초다. 자동차 전장 전문 업체인 보쉬도 고급 차량 및 스마트기기용 센서의 판매 확대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8억4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MEMS 시장 1위였던 TI는 지난해 3위로 내려앉았다. 디지털광원처리(DLP) 프로젝터의 수요 부진으로 핵심칩인 디지털소형거울장치(DMD) 칩의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TI의 작년 MEMS 매출은 전년 대비 9.6% 감소한 8억2500만달러였다. 4위를 차지한 휴렛팩커드(HP)는 잉크젯 프린터 헤드의 수요 감소로 전년 대비 15.3% 감소한 6억4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ST마이크로와 보쉬가 MEMS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비결은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가속도 및 자이로센서의 평균판매가격은 매년 20~30%씩 떨어지고 있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ST의 경우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200mm 라인 가동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센서 수요에 대응함과 동시에 원가 수준도 맞출 수 있었다. ST마이크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요 센서 공급업체다.
로랑 라빈 욜 디벨로페먼트 연구원은 “파운드리를 제외한 ST의 지난해 MEMS 칩 출하량은 전년 대비 58% 확대된 13억개였다”라며 “이 회사는 하루 400만개의 MEMS 칩을 생산하는데, 이러한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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