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의 성능은 높이면서도 두께와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8일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인 사이타임(SiTime)는 MEMS 기반 발진기를 통해 스마트기기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발진기는 전자제품에 반드시 쓰이는 필수 부품 가운데 하나로 기준 클록을 만들어주는 능동소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베이스밴드(통신칩) 등 주요 반도체는 반드시 발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
이제까지 발진기는 거의 대부분 수정(쿼츠)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 시장은 교세라, 엡손 등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수정 발진기는 시간과 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인공적으로 수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구 내부에서 고온, 고압으로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진 천연 수정과 달리 인공 수정은 3개월이면 충분하며 이때 사용하는 것이 ‘오토크레이브’다.
오토크레이브는 인공 수정이 만들어지는 일종의 커다란 용기로 엄청난 압력과 온도를 견뎌야 한다. 이 오토크레이브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제강소가 유일하다. 일본 업체들이 수정 발진기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현재 수정 발진기는 스마트 기기의 성능과 휴대성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크기를 지금보다 작게 만들기가 어렵고 내구성을 높이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다. 또한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필름에서 플래시 메모리로, 하드디스크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소자가 바뀐 것과 달리 발진기는 기술 발전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수정 없이는 전자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MEMS 타이밍 소자(공진기, 발진기, 클록 생성기)를 이용할 경우 이런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사이타임 피유시 세발리아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MEMS 타이밍 소자는 가격이 저렴하고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며 “외부 충격이나 전자파에서도 수정 발진기보다 높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이타임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MEMS 타이밍 소자는 수정 발진기와 비교해 50배 정도 전자파(EMI)에 대한 내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동이나 충격에서도 수정 발진기가 3000~4000만 시간 정도면 고장이 발생하지만 MEMS 타이밍 소자의 경우 5억 시간 이상을 버텼다.
무엇보다 MEMS 타이밍 소자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로 제품을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정 발진기는 말 그대로 수정을 연마하고 다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MEMS 타이밍 소자는 72시간이면 샘플 공급이 가능하다. 수율도 MEMS 타이밍 소자가 99%에 달하는 반면 수정 발진기는 높아야 85%에 불과하다.
세발리아 부사장은 “지난 5년간 1억5000만개의 MEMS 타이밍 소자를 판매했지만 단 한 곳도 다시 수정 발진기로 돌아간 회사는 없었다”며 “이번에 선보인 스마트 기기용 제품은 올해만 1억개, 오는 2017년까지 스마트폰 9억개, 태블릿 1억5000만개를 시장에 공급할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고객들은 지난 60년 동안 사용해온 수정 발진기를 쉽게 MEMS 타이밍 소자로 대체하지 못한다”며 “보수적인 입장에서 조금씩 사용해보고 결정하는 추세이며 한국에서도 주요 업체는 물론 내구성이 중요한 펨토셀이나 중계기 등 통신장비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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