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서비스업계의 빅3중 하나인 SK C&C는 올 한 해 악재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었습니다. SK그룹의 총수이면서 SK C&C의 1대 주주(38%, 1900만주)인 최태원 회장(사진)의 거취때문이었습니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나라라 기억이 이미 가물 가물하겠지만 시계를 1년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연말 분위기에 들떠있던 지난해 12월 말, SK그룹은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SK그룹이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12월29일 구속된 데 이어 며칠뒤인 올해 1월초 최태원 회장까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은 ‘최 회장 등이 SK 계열사 자금을 베넥스에 창업투자조합 출자금 명목으로 송금한뒤 그 자금을 개인적인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사용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SK 계열사 자금 992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 등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지난해 10월말, 주당 16만원대 까지 치솟았던 SK C&C의 주가는 점점 힘을 잃기 시작해 1년여만에 거의 반토막 수준인 8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전까지 시장에서 SK C&C는 (주)SK와의 합병 시나리오를 통해 실질적인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최회장의 불구속 기소는 그전까지 역동적이었던 SK C&C의 모든 상황을 일거에 ‘불확실’하게 만든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당연히 기관들은 슬금 슬금 SK C&C에서 발을 빼기시작했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근원인이 됐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최 회장이 법정에서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정국을 강타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예전에 나타났던 경제인들에 대한 자비(?)도 없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난 8월, 1심에서 횡령, 배임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구속은 분명히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암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1부)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아울러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렇다면 최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을 시장에선 이를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일단 시장에선 검찰 구형의 강도를 떠나‘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듯합니다.
특히 일각에선 한달여 뒤에 예정된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집행유예’수순으로 갈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점치고 있는 듯 합니다. 검찰의 구형 형량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낮게 나왔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이 예상대로라면 결국 최회장은 조만간 다시 그룹 전면에 나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해집니다.
최근 SK C&C의 주가는 8만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다가 며칠간 반등했고, 실제로 검찰 구형이 있던 22일에도 전일보다 3.67% 상승한 9만6000원에 마감했는데 시장에선 이같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이후 활동에 제약을 미치기는 했지만 대외적으로 SK C&C의 위상은 크게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기업 특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대형 IT사업을 따냈고 해외사업에서의 성과도 괜찮았습니다.
SK C&C는 올해 3분기에 매출 5649억원, 영업이익 50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1.3%와 4.6% 증가했습니다. 물론 경기침체로 인해 영업이익율 등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이는 IT서비스업계 공통의 현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만 합니다.
현재로선 SK C&C가 올해초 최 회장 불구속 기소 이전, 즉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재빠르게 되돌아 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IT서비스업계는 지난 5월 국회 통과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의 발효로 내년부터 공공 IT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 만큼 해외시장 개척 등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직접 발굴해야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점에서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책임져야할 최고 경영진의 존재와 역할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최 회장의 일선 복귀는 SK C&C뿐만 아니라 SK그룹 전체의 분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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