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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용량 대결 결국 법정까지…극한 대립으로 치닫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LG전자가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내용의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소송 대상은 삼성전자다. 지난 8월 22일과 9월 22일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름의 동영상이 문제의 시작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냉장고가 LG전자 냉장고보다 용량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양의 물과 캔이 들어가는 내용이 들어있다. 쉽게 말해 LG전자 냉장고가 수치상으로는 더 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LG전자는 즉각 반발했다. ‘물 붓기’, ‘캔 넣기’ 등은 정부의 공식 규격인증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므로 삼성전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자사와 타사의 냉장고가 비슷한 용량이라면 내용물도 비슷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가정 하에 실험했으나 실제 용량에 차이가 있어 그 사실을 위트가 가미된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동영상 내 ‘자사 실험치 기준’ 이라는 자막을 삽입해 국가 표준 방법으로 측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LG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동영상 내용에 허위사실이 없어 내용증명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잇따른 냉장고 용량 비교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다. 1차 동영상(800리터급 비교)이 공개된 이후에는 900리터급 제품도 비교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기가 문제였지 냉장고 비교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다고 봐야한다.

LG전자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삼성전자는 냉장고뿐 아니라 김치냉장고에서도 용량 비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엄영훈 전략마케팅팀장(전무)은 11일 ‘지펠 아삭 M9000’ 김치냉장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도입할 때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김치냉장고 용량도 별도의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HA사업본부 윤경석 냉장고 연구소장은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3의 공인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인터텍과 같은 외부 인증기관을 통해 냉장고 용량을 비교한바 있어서 LG전자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적다.

실제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LG전자 디오스 870리터 냉장고는 실제 크기가 830리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터텍 테스트 결과 900리터급 냉장고에서도 LG전자는 삼성전자 제품과 비교해 용량이 더 작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펠 T9000은 900리터, 디오스 V9100은 910리터 용량을 가지고 있다.

냉장고 용량을 측정 방법을 제정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는 삼성전자가 공개한 냉장고 측정 방식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표원 관계자는 “최초 냉장고 용량 논쟁이 있었을 때 삼성전자에 ‘물 붓기’로 측정한 방식은 비상식적이라고까지 말한바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만 삼성전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동영상 내에 ‘자사 실험치 기준’ 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또한 ‘삼성 지펠은 KS를 준수해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 자막표기는 삼성 지펠 냉장고가 국가 표준 규격을 준수한다는 얘기이지 측정방식으로 KS규격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LG전자는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가지 소송을 이끌고 갈 것 가능성이 높다.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 외에도 민사소송과 손해배상 청구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법적으로 문제될만한 내용이 동영상에 없고 LG전자가 제안한 제3의 공인기관도 인터텍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한 만큼 불필요한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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