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몇 년 전부터 스토리지 사업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HP가 최근 ‘백업’ 신제품을 내세우며 관련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오토노미와의 기술 통합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요소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연례 기술 컨퍼런스인 ‘HP 디스커버 2012’에서도 이같은 전략은 여실히 드러났다. 스토리지 1위 업체인 EMC 제품과의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자사 제품의 우위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실제 컨퍼런스 기간 중 진행된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는 양사의 백업 어플라이언스 신제품이 전시돼 성능을 비교하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특히 몇 년 전까지 EMC 스토리지 사업부를 총괄했었던 데이비드 도나텔리 HP 엔터프라이즈 그룹 수석 부사장도 HP 스토리지 기술 리더십을 크게 강조했다.
◆복잡한 이기종 환경에서의 백업 중요도 커져=이처럼 HP가 스토리지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기업 인프라를 근간으로 하는 사업은 계속해서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 서버의 경우만 해도 과거에 비해 성능은 대폭 높아지는 반면,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게다가 성능이 향상된 인텔, AMD의 x86 서버 프로세서가 기존 중대형 서버인 유닉스와 메인프레임 시장의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비용이 저렴한 x86 기반 플랫으로의 추세는 심화되면서 HP와 같이 중대형 유닉스 서버와 x86 서버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이로 인한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현상이 지속된다.
더구나 최근 유닉스용칩인 ‘아이테니엄’을 둘러싸고 연일 오라클과 벌이고 있는 법정소송은 고객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며 HP의 유닉스 서버 매출을 깎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HP 입장에서는 서버보다 마진율이 높은 스토리지나 네트워크 등에 집중하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마침 데이터 폭증, 빅데이터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스토리지의 경우, 최근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HP가 지난 2010년 3PAR와 같은 스토리지 기업 인수에 매달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중 백업의 경우 기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복잡해진 업무환경과 다양한 이기종 환경으로의 전환에 따라 관리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토리지와 가상테이프라이브러리(VTL)는 물론 테이프 제품까지 보유하고 있는 HP는 이를 통해 보다 고객사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MC 대비 3배 이상 빠른 백업 속도 강조=이러한 점에 착안해 최근 HP가 내놓은 것이 백업 소프트웨어 ‘데이터 프로텍터(DP) 7’과 백업 속도를 가속화시켜주는 ‘카탈리스트’ 기술(API)이다.
백업 소프트웨어인 DP는 HP가 지난 24년 간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DP7의 경우 HP가 지난해 인수한 오토노미 기술과 결합돼 백업 받은 데이터를 분석, 고객이 원하는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찾아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카탈리스트의 경우, 어원 그대로 ‘촉매제’ 역할을 해 기존 대비 백업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
이와 관련, 한국HP 인포메이션 매니지먼트(IM) 사업부 기술 담당 온인선 부장은 “현재 저장되는 데이터의 90% 가량이 파일, 이메일 데이터”라며 “이번에 출시된 DP7은 의미 기반의 오토노미 플랫폼과 결합돼 백업받는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오토노미의 IDOL 10 플랫폼이 결합돼 백업받은 데이터 타입을 분석하고, 데이터 검색 시 단순히 단어가 아닌 의미를 해석하고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해 주는 것이 특징. 17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오토노미 기술을 백업 제품과 결합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설명이다.
카탈리스트 기술의 경우, 자사의 백업 어플라이언스 제품인 스토어원스 B6200과 결합했을 경우 시간당 최대 100테라바이트(TB)의 백업이 가능하다.
한국HP 스토리지 사업부 백업 솔루션 담당 천종윤 차장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출시된 카탈리스트가 B6200과 결합될 경우, 경쟁사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백업이 가능하다”며 “현존하는 가장 빠른 VTL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당 TB 비용 또한 75% 가량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오토노미 기술과 통합…차별화 전략 통할까=한편 이번 제품들은 HP의 스토리지 사업부와 인포메이션 매니지먼트(IM) 사업팀과의 협업에 의해 판매된다.
한국HP 스토리지 사업부 총괄 고호성 상무도 “스토리지 사업부와 IM 사업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만큼 백업과 데이터관리 최적화에 대한 노하우가 집대성됐다”고 강조했다.
DP7처럼 향후 HP의 백업과 오토노미의 플랫폼 기술은 계속해서 통합돼 하나의 제품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오토노미 라이브볼트(클라우드)나 오토노미 커넥티드 백업(모바일) 역시 추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전사적인 노력과는 달리 현재 HP의 시장 점유율은 EMC에 비해 한참 아래다. 전세계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에서 EMC가 30% 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HP는 10%대다. 지난해 백업 어플라이언스 시장 역시 EMC가 65%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반면, HP는 4%에 머물렀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과 기술적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전략이 향후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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