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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의견에 행안부 모르쇠…재난통신망 사업 파행 우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이 독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망 구축 사업의 경우 주파수 정책과 자가망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충분한 의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의 권고에도 불구, 행안부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법적문제는 물론, 부처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행안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일 ‘재난안전통신망 기술검증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흥원은 사업자들이 제시한 재난안전망 후보 기술인 테트라(TETRA), 아이덴(iDEN), 와이브로(WiBro) 및 혼합방식(테트라+와이브로) 등의 통신기술방식에 대한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정보화진흥원의 연구 결과 테트라와 와이브로가 적격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덴은 가장 경제성이 뛰어났지만 비표준 기술이라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적격 판정을 받은 테트라, 와이브로 두 기술 모두 자가망 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다 와이브로의 경우 700MHz 주파수 할당을 전제로 평가를 내려 전기통신사업법 등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700MHz에 와이브로를?=이날 정보화진흥원은 와이브로 기술에 적합평가를 내리면서 700MHz 주파수에 자가망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700MHz 주파수는 재난안전망에 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방송의 디지털전환으로 발생한 700MHz 여유대역 108MHz 폭은 이동통신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주파수를 쪼개서 할당하는 것 역시 국제표준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DTV 여유대역 활용과 관련해 FDD, TDD 2개안을 채택했다. 이 중 효율성을 감안할 때 FDD안이 우세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DD안은 여유대역으로 확보한 700MHz의 108MHz폭을 상하향 각각 45MHz를 통으로 할당하는 형태다. 한마디로 주파수를 쪼갤수 없다는 얘기다. 억지로 나눠서 할당할 경우 주파수 활용도, 가치는 극도로 낮아지게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700MHz의 경우 재난통신망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데다 주파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재난통신망은) 기존주파수 활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기존 주파수나 상용주파수에서 한다면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정보화사회진흥원은 700MHz 주파수에 대해 “부처간 협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방통위는 행안부에 공문 및 회의를 통해 700MHz 할당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 와이브로 자가망에 700MHz 주파수를 거론한 것은 방통위 의견을 귓등으로 흘려듣거나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는 셈이 된다.

다만, 와이브로 사업자로 선정된 KT는 700MHz가 아닌 2.3GHz 등 다른 주파수를 할당 받아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망 구축?…1조원 사업 파리날릴 판=또한 재난통신망을 자가망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 역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가 전체적인 통신망 관리는 방통위에서 담당한다. 지자체 등 각지에서 자가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지만 방통위는 통신자원의 효율적 이용, 중복투자 방지 등을 이유로 자가망 구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65조에는 ‘자가망의 자가통신 설비의 목적외 사용제한’규정이 있다. 즉, 목적외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한마디로 재난통신망을 각 기관들의 일반업무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방통위는 주파수는 물론, 자가망과 관련한 법규정을 행안부에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행안부가 자가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러운 눈치다.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면 자가망 설치자에 대해 과징금 등 처벌규정이 명시돼있다. 방통위가 행안부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행안부가 법제도를 준수할 경우 1조원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이 평상시에는 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와이브로를 자가망으로 구축하는 것 역시 방통위 정책방향과 상반된다. 이통사를 대상으로 와이브로 투자의욕을 높여야 할 마당에 와이브로 자가망 구축은 사업자의 투자의지를 완전히 꺾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칫 행안부 사업에 우리가 고춧가루를 뿌리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고, 부처간 알력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법이 정한 목적에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우리가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지 않으면 우리가 옷을 벗어야 한다.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것이 정부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와 안전을 위한 망…행안부, 법 위반 안할 것=이에 대해 행안부는 방통위와 협의는 물론, 관련 법 규정을 준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방통위 소관 법률이 아닌 재난안전망 관련 법을 제시했다.

정상봉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추진단장은 “정부정책이 법령에서 벗어나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74조에는 재난안전 책임기관끼리 정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다.

정 단장은 “재난안전을 위한 효율적 대처를 위해서 망구축을 하는 것은 법취지에 맞는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은 일반법이지만 재난안전법은 특별법이기 때문에 법적 해석으로 볼 때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 단장은 “이번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은 과거 정통부가 2003년 12월에 수립한 방향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방통위가 새로운 해석을 내린다면 방통위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700MHz 주파수와 관련해서도 아직 방통위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충분히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정 단장은 “방통위가 공문을 통해 기존주파수가 바람직하다고 했지 700MHz가 안된다고는 하지 않았다”며 “전파법에도 인명안전에 주파수를 제일 먼저 배정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특정 기술을 밀어주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문기관에서 검증한 것”이라며 “재난안전에 가장 좋은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 임무”라고 정 단장은 밝혔다.

행안부는 연내 기술 및 구축방식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방통위와 법 해석에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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