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군대 얘기가 나오면 여자들은 지겨워들 하시지만 군 생활에 경험이 있는 남자들은 입에 침까지 튀겨가면서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아마도 군 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훈련과 삽질(진짜 삽질이다), 고참의 얼차려 등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공감을 하며, 그 고생에 대해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 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도 멋진 무용담으로 포장해서 얘기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얘기를 할 때는 같이 맞장구도 쳐주고 하는 것이다.
우리 개발자들이 자신이 수행했던 지나간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할 때 갖는 느낌이 남자들이 군대생활에 대해 갖는 그것과 같다고 하면 과장된 얘기일까?
요즘 프로젝트에서는 설계부터 구현을 거쳐 테스트하는 전 과정들이 쉽사리 진행된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고참들한테서도 그런 얘기를 들은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다가다 만나게 되는 개발자 분들께 “요즘 프로젝트 어떠세요?”하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어렵고, 힘들다는 답으로 되돌아 오곤 한다.
설계는 누가 해놨는지 엉성하기만 하고 기간은 짧아서 밤 늦게 까지 하지 않으면 도저히 기간 내에 마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하고, 게다가 왜 내가 속한 프로젝트의 PM은 그렇게 물러서 현업이 요구하면 다 받아주기만 하고, 모든 상황이 나한테 등을 돌린 것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정말로 편하고 쉬우면서도 기간까지 넉넉한 프로젝트는 유토피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상상 속 이야기이기만 한 걸까?
그러나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삽질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만고불변 (萬古不變)의 진리가 있지 않은가. 일은 정말 고되고 힘들지만 동료 개발자들과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어우러지며 보내는 시간은 프로젝트 완료라는 종착에 닿게 돼 있다.
게다가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내가 만들어 낸 시스템을 만족스럽게 사용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 “그래도 내가 헛된 노력을 한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자기 만족의 마음이 찾아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개발자 모두 서로의 가슴 속에 마음의 훈장을 하나씩 달아 주는 것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고생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서로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우리끼리의 울타리가 될 것이고, 그 인정 안에서 우리는 힘겹지만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의 탄약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들을 통해 한 발짝 더 발전해 있을 것이다.
개발자들이여. 그대들이 “한 땀, 한 땀 공들인 소스 코드”가 살아 움직여 다른 이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에 우리 서로 무한한 자부심을 잊지 말자.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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