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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 스토리] 용어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법

IT 산업의 주인공은 개발자다. 현재 전세계를 호령하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창업자들은 모두 개발자 출신이며, 개발자의 힘으로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자산도 개발자들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발자다. 그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IT산업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은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강도는 세고, 그에 비해 처우는 좋지 않다는 비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IT개발자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줄어들었고, 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개 발자들은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담아왔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대표업체 투비소프트와 함께 국내 개발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개발자들의 희노애락을 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연재코너를 마련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이 전한다. [편집자 주]

얼마 전 오랜만에 예전 회사의 OB모임에 참석했을 때였다. 한참 자리가 무르익었을 즈음 불쑥 튀어 나온 화두가 있었으니, 바로 넘쳐나는 ‘IT 용어’였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그 녀석을 안주거리로 삼아 저마다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정말 요즘은 왜 그리도 새롭게 나오는 용어가 많은지 예전에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OOO만큼 한다"를 본 따서 “IT, 용어만 알면 50%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는 말에 모두가 공감을 했었다.

필자 역시 컨설턴트라는 업무의 특성상 IT관련 용어에 대해서라면 대부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건만, 정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용어로 말을 꺼내는 고객이나, 너무나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약어(略語)를 보게 되면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때는 그 이후에 이어질 대화 중에 생길 수도 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라고 당당히 물어보기도 하지만, 가끔씩 상대편의 심드렁한 반응에 상처받기도 한다. 마치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른다는 태도인데,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지금의 IT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알아야 할 용어들이 과도한 수준으로 범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죽하면 “OO IT 용어 해설집”같은 사전이 버젓이 출간돼 서점에서 팔리고 있겠는가?

특히 이제 막 개발에 입문하는 새내기 개발자의 경우 이런 현실 때문에 더욱 더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를 참 많이 봐 왔다. 학교에서 C++이나 Java같은 언어를 힘겹게 배워서 사회에 나왔더니, 도대체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현장에서 아기 걸음마를 뗀 정도의 수준이고, 실제로 개발을 하려면 새로 알아야 할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신기술은 날로 늘어가고, 그걸 모르면 뒤쳐지는 것 같고, 그래서 하나씩 배워가려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배울 수도 없고, 정말 진퇴양난의 형세이다. 비단 이런 상황은 베테랑 개발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 주변에 있는 십 수년의 경력을 가진 고참 엔지니어들이나 개발자들도 미처 알지 못하는 신기술에 휘청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새내기와 고참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 실로 우리가 뛰어난 개발자라고 부르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기본에 충실하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도 아주 빠르게 적응하고 문제를 쉽게 풀어간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용어나 기술에 있어서도 해결법은 동일하다. 무차별적으로 무조건 분별없이 새로운 것을 수용하기 보다는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기존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 눈과 귀를 최대한 열어서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으로 민감하게 반응해 기본을 망각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름 없다.

메모리 칩의 처리 용량이 18개월 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그 영향력을 넓혀 이제 우리와 연관된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차근차근 축적해 나가다 보면 범람하는 용어의 홍수 속에서도 끄덕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용어의 홍수’라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용어의 호수’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즐기는 개발자가 돼 보자.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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