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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스크린’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N스크린은 한 개의 콘텐츠를 여러 가지 디바이스에서 언제 어디서나 별다른 변환과정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총합입니다. 저녁에 가정에서 TV를 통해 보던 동영상을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에서 이어보고, 사무실에서 PC로 작업하던 파일을 퇴근길 태블릿에서 확인해보는, 이런 것이 N스크린의 미래입니다. 1개의 콘텐츠를 N개의 디바이스에서 이용하는 것이지요.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얘기에서 N스크린은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동일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N개의 기기에서 같은 콘텐츠를 끊김없이 이용하는 것. 그리고 그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 이것이 애플과 구글이 꿈꾸는 ‘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TV’ 생태계, 즉 N스크린 생태계 입니다.
N개의 기기는 동일한 OS가 기본이기 때문에 내가 보유한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다른 OS기기로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과 ‘애플TV’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이패드’를 사는 것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겠지요. 태블릿만 다른 것을 구매한다면 그 제품을 위한 콘텐츠도 따로 사야 합니다. 아이폰과 애플TV와의 호환도 포기해야겠지요.
애플의 N스크린 생태계 출발은 MP3플레이어였습니다.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통해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모으고 ‘아이튠즈’라는 애플의 콘텐츠 플랫폼에 사용자가 익숙해 지도록 했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아이팟’과 호환되는 도킹스테이션을 자유롭게 만들어서 팔 수 있도록 서드파티 제조사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당시로는 이례적이었죠.
아이팟으로 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한 뒤 뛰어든 곳은 휴대폰이었습니다. 아이폰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스마트폰 시대를 앞당겼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튠즈, 아이팟용 도킹스테이션과 호환은 당연했습니다. 아이팟을 써 본 사람을 기본 고객으로 쓸어들일 수 있는 도구였죠.
애플TV라는 애플의 스마트TV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지만 애플TV에서 내려받은 콘텐츠는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C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도 말이지요. 미완의 기기였던 태블릿을 다시 사람들의 관심사로 끌어오는데 성공한 ‘아이패드’ 역시 기존 N스크린 전략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구글의 전략도 애플과 흡사합니다. 다만 구글은 하드웨어는 직접 판매하지 않고 애플보다는 콘텐츠 쪽에서도 다른 이들이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는 점이 다르지요.
애플과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DSLR 카메라 업체의 전략과 유사합니다. DSLR 카메라 사업은 사실 본체보다는 렌즈로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렌즈가 워낙 고가다보니 렌즈를 2~3개 보유하고 있으면 그 브랜드를 떠나기가 쉽지 않지요. 또 어떤 회사가 렌즈를 더 많이 갖추고 있는지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필름 카메라의 강자였던 니콘과 캐논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들의 렌즈가 N스크린으로 따지면 콘텐츠와 주변기기들, 본체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가 되겠죠. 니콘과 캐논이 애플과 구글로 바뀌는 것입니다.
애플과 구글의 N스크린 생태계에 맞설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각각의 생태계에 순응하면서 활로를 찾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이 판을 깰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글에서 해보겠습니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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