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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돌잡이, 마우스 그리고 마이크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친구의 돌잔치집을 다녀왔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아기의 돌잡이다.

아기가 무엇을 잡을 것인지 돌잔치에 온 하객들은 저마다 추측한 물건이 표시된 함에 추첨권을 넣도록 함으로써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돌잡이 물건들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컴퓨터 마우스 였다.

돌잡이에 마우스가 등장한 것은 IT벤처 열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던 이미 지난 1990년대 후반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IT벤처열풍이 빠지면서 마우스가 잠시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등장하는 추세라는 것.


이번에 이벤트를 진행하던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돌잡이 물건은 지역과 장소, 부모님에 따라 다른편이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최근에 마우스는 항상 들어가는 편이라고 귀뜸했다.

그렇다면 현재 마우스는 과연 어떤 직업을 상징할까?


대부분 마우스를 돌잡이로 놓는 부모들의 마음은 커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같은 성공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부모님들의 생각은 빌 게이츠와 같은 IT업계의 거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빌 게이츠와 같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돌잡이가 향후 자라나서 선택하게 될 ‘직종’이 무엇인지를 재미로 알아보는 것인 만큼 마우스가 갖는 의미는 IT업계 종사자 정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마우스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IT업계에 종사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닌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

그렇다면 현재 IT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사실 돌잡이에 마우스가 등장한 것을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이런 사례가 보편화된 것인지 검색을 좀 해봤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얘기가 돌잡이에서 마우스는 안 잡았으면 좋겠다는 등 아예 돌잡이에서 빼버렸다는 등의 게시물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IT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부모들이 쓴 글이다.

IT업계만큼 고달프고 인정못받는 직업이 없으며 나라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업종으로 변화해나가고 있어 회의가 느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야말로 마우스의 추락, IT의 추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IT업계 종사자들은 마우스를 IT업종 자체로 일반 부모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인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어쨌든 IT종사자에게 마우스는 돌잡이로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물건이고 보통 부모에게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돌잡이 어디에도 IT라는 직업 자체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돌잡이에서 마이크를 잡는 다고 하면 예전에는 가수와 같은 연예인을 말했지만 지금은 풍속이 바뀌어서 교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마이크로 강연하는 교수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대에 맞춰 돌잡이가 의미하는 것도 변화하고 있다. 마이크가 연예인에서 교수로 변화한 것 처럼 마우스도 무엇으로 변화할 지는 모른다.

현재로선 마우스가 IT를 의미하곤 있지만 나중에는 경영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IT를 활용한 경영인들의 의사결정이 보다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잡이에서 IT자체가 각광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기엔 현재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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