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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李-金' 대선 공약… 어떤 시대정신이 담겼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검든 희든 쥐만 잘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습니까. 탈진영, 탈이념, 현실적 실용주의가 성장 발전의 동력,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조기대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지난 1월 24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후보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한 발언이다. 이는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로 해석됐다.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이 제창한 것으로, ‘탈이념 실용주의’를 상징한다.


12일 공식 선거일정에 맞춰 이 후보측이 공개한 대선 공약에는 예상대로 각 분야에 걸쳐 ‘중도적 실용주의’ 색채가 강하게 투영됐다.

경제산업 분야에선 ▲AI 3강 도약 ▲K 콘텐츠를 앞세운 글로벌 문화강국 ▲가계·소상공인 활력 증진과 '공정경제 실현'을 담았다. 외교통상분야에선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방위적 억제능력 확보 ▲주변 4국과의 외교관계 발전 ▲국제적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경제외교 추진을 강조했다.

복지분야에선 ▲주 4.5일제 도입과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 노동시간 감축 ▲포괄임금제 금지 ▲자영업자 산재보험 도입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저출생 고령화 문제해소를위한 통합지원체계 마련 등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공약도 큰 틀에서 보면 ‘중도 실용주의적’인 성격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두 후보 모두 공약에 '중도 실용주의'를 중시했다고 평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우)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우) ⓒ연합뉴스

김 후보는 1호 공약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창출’을 꼽고 이를 위해 ‘자유주도성장’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의 ‘공정 경제’과 비교해 김 후보의 ‘자유주도성장’은 그 관념적 차이가 분명했지만 ▲규제완화 ▲세제정비 ▲글로벌 경쟁력강화 신산업 및 신기술 성장 추진 등 그것을 구현하는 세부 전략에 있어서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특히 김 후보 역시 노사합의를 전제로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선'을 약속해 이 후보의 '4.5일제 근무'와 합을 이뤘고,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공약에서 김 후보측도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 후보는 이어 ▲AI 청년인재 20만명 양성 ▲AI생태계강화 ▲AI관련 규제 혁신 등을 통해 ‘AI 3강’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윤 정부 시절 R&D 삭감 사태가 적지않은 후폭풍을 초래한 것을 의식한듯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정년을 65세로 회복하고 ▲연구개발 직원 연봉 표준을 상향하는 등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및 위상강화에도 신경을 쓴 것도 눈에 띈다.

이날 김 후보가 제시한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도 이 후보가 제시한 정책과 여러면에서 유사하다.

김 후보가 ‘지역사랑상품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온누리상품권’ 지원금을 5.5조원에서 6조원으로 증액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역화폐'를 포풀리즘으로 비판했지만 공약에선 경직된 입장을 완화했다.

지역발전 전략의 경우, 이 후보가 ‘세종 행정수도와 5극(5대 초광역권) 3특(제주, 강원, 전북)’ 중심 정책을 내세운 것과 비교해 김 후보는 수도권에 도입된 GTX외에 대구경북· 대전충청 ·부울경 ·광주전남 등 전국 ‘5대 광역 GTX’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물론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공약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와 에너지가 특히 그렇다.

두 후보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이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에 방점을 찍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적 연결성을 강조한 반면, 김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NATO식 핵공유’의 한미간 협의를 제시했다.

에너지 부분에 있어서도 이 후보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과 'RE100 규제' 대응에 대한 해법을, 김 후보는 대형 원전 6기를 차질없이 추진과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에 방점을 찍었다.

대략 두 후보가 내놓은 세부 공약을 간략히 비교해 보았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공약이 고작 20여일 남은 21대 대선의 선거판을 좌우할만큼의 엄청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공약에 앞서 이번 대선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에서 촉발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헌재의 탄핵 심판에 이르기까지 지난 5개월여 동안 국내외 정치·경제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혼돈의 기억을 뒤로하고 2025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1987년 12월, 직선제 개헌이후 처음 치러진 13대 대선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대선 마다 절묘하게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튀어나왔고,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과연 이번 21대 대선 공약에 함의된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비록 투표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어떤 공약에서 시대정신을 유추하려 할까.

지금부터는 '국민의 시간'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운명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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