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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짬짜미' 금융 범죄에 은폐·축소라니… IBK기업은행, 이렇게 허접했나

ⓒ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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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촘촘하면서도 대범하게 그려진 금융범죄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더구나 해당 은행은 문제가 불거지자 사건을 내부적으로 은폐·축소하려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좋을지 모르는 총체적 난국이다.

금융감독원이 25일 공개한 ‘이해관계자 등 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검사사례’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을 매우 상세하게 소개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이 은행에서 14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A씨는 은행에 재직하는 자신의 배우자인 심사역(팀장)과 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맺은 임직원 28명과 공모하거나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7년간 총 51건, 785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그는 대출을 승인받기위해 대출관련 증빙, 자기자금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이를 감시해야할 은행 심사역 등 임직원들은 오히려 이를 공모하거나 묵인했다.

A씨는 또 자신 소유의 지식산업센터에 은행 점포를 입점시키도록 은행 고위 임원에 청탁을 했고, 이것이 이뤄지자 이를 기회로 자신의 미분양 호실을 매각했다. 그 댓가로 임원의 자녀를 자신의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가장해 2년에 걸쳐 6700만원을 자녀 계좌로 지급했다. 뇌물이다.

2022년5월, 심사센터장 B씨는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거래처(법인)과 공모해 법인이 실소유한 법인의 대표자를 본인의 처형으로 교체한 뒤, 입행 동기인 지점장으로 하여금 여신(대출)을 신청하도록하고 심사센터장인 본인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까지 5건, 27억원의 부당 여신을 취급했다.

B씨는 대출을 실행해준 대가로 처형 급여 계좌를 통해 2년6개월간 9800만원을 수수하고, 해당 법인으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골프비로 사용했다. 이 역시 뇌물이다.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은행에서 이같은 하드코어 금융범죄가 발생한 것은 충격이다. 오랜 시간동안 적발되지 않고 해당 범죄가 버젖이 자행됐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특히 이날 금감원의 발표가 충격적인 것은 부당대출 금액이다.

금감원이 이번 A씨와 관련해 자체 조사를 통해 발표한 금액은 785억원 이다.

이는 당초 올해 1월 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공시했던 240억원보다 무려 545억원이나 더 늘어난 액수다. 즉, 은행측이 해당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의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검사를 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해하거나 삭제하는 부분은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발표 직후,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 행장의 약속에 더이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금융 당국이 ‘책무구조도’ 등 내부통제를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러한 기술적(?) 노력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법과 규제만으로, 기술적 수단만으로, 과연 인간의 교활함을 제어할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의심이 든다.

꼭 이번 기업은행 사례가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짬짜미가 가능한 '금융권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 금융권에 새롭게 던져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은 앞다퉈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밸류업'(기업가치제고)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무너진 응행의 신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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