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저게 무슨 말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연설 내용중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한 것이 국내에 적지않은 후폭풍을 일으켰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그의 인식, 관세 협정에 대한 무지, 또 그로인해 파생될 다양한 풍선효과들까지 앞으로 우리가 직면해야할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한국은 미국에‘손해를 끼치는 나라’라는 인식을 확인한 것, 그 자체로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실제로 한국은 작년 대미 무역 흑자액이 557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미국에 입장에선 무역 불균형이 심각한 나라중 상위 10개국 중(8위) 하나다.
결국 경제와 안보의 두 측면에서, 우리가 미국에게 지불해야할 청구서 금액이 어떤식으로든 기존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중 ‘한국이 미국보다 관세가 4배 높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사실이다.
한국은 지난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에 극소수의 몇몇 상품을 제외하곤 상호간에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즉, 관세가 사실상 없다.
이는 아마도 트럼프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회원국중 한국의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13.4%)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 관세율 적용에 있어 한-미간 FTA 협정이 WTO 협정세율보다 우선적용 된다. 따라서 한미 FTA 협정이 파기되지않는한 현재 한미 양국간 적용되고있는 관세는 ‘제로(0)’이다. 양국 통상실무자들이 관세 인하를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할 사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미한국대사관과 다양한 통상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여전히 한국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불안한 것이, 현재 캐나다·멕시코 등 미국의 전통적인 경제동맹국들을 대상으로 거칠게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식 ‘관세 전쟁’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기때문이다.
그런점에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중 하나가 ‘한미 FTA 협정’의 파기이다.
‘쌍방간’(상호간)의 자유무역협정인 FTA는 어느 일방이 파기하면 당연히 효력을 잃게 된다.
트럼프가 기존 FTA 협정을 파기하고 미국의 이익에 우선하는 ‘관세’ 전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로선 정말로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 수백년간 국가간 무역에 있어 ‘관세’는 약자의 무기였다.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Free Trade)’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가들이 꺼내든 것이 ‘관세’였고, 그것으로도 안되면 쿼터제(수입할당제) 등 다양한 ‘비관세’ 수단까지 동원해 자국 산업을 보호했다.
지난 수십년동안 그러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없애려고 국제 무역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이제는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은 역설적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실제로 트럼프의 미 의회 연설 이후, 하루만인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에 대한 1개월간의 '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1개월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관세 부과와 유예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좌충우돌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을 경우, 수입가격 폭증으로 인해 또 다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그럴경우 고금리 상황을 계속 용인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관세 부과를 한다해도 미국이 고스란히 그 부메랑을 맞는 구조다.
현재도 세계 여러 지역에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자유무역 시절, 미국이 ‘비교우위’를 앞세워 구축한 유산이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이 공급망을 다 미국 영토내로 옮기놓지 않는한 미국은 관세 전쟁의 부메랑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넓게보면, 관세 장벽을 스스로 쌓으려는 현재의 미국과 자유무역시대의 낭만을 이끌었던 과거의 미국이 충돌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싸움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싸움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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