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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희'(古稀)의 강을 건넌 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나이 70세를 뜻하는 ‘고희’(古稀)는 두보의 시 ‘곡강(曲江)’에 나온다.

'예로부터 70세까지 사는 사람은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두보(712~770)가 살았던 당나라 시대의 수명을 짐작할 수는 없으나 평균연령 85세 시대, 나아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시대를 살고있는 현실에선 매우 공감하기 힘든 기준이다.

물론 하나금융그룹이 내부 규범에 왜 이사 연령의 마지노선을 '70세'로 못밖았는지는 그 연유는 대략 짐작이 가지만, 어쨌든 이 규정으로인해 최근까지 미묘하게 형성됐던 하나금융그룹 내부의 긴장감은 이번 설연휴를 지나면서 해소됐다.

설 연휴 기간중이었던 지난 27일, 하나금융지주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영주 현 대표이사 회장을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3월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함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3년 임기를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앞서 하나금융 회추위는 함 회장을 포함한 내부 3명, 외부 2명, 총 5명의 최종 후보군(Short List)을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일찌감치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99%이상 확정적인 것으로 보았다.

하나금융측이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이사 선임의 ‘70세' 제한 규정을 미리 손봤고, 이를 그 시그널로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1일, 하나금융지주는 만 70세를 넘어도 이사로 재직할 수 있도록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개정된 규범은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로 정했다.

기존 규범에선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였다. 즉, 기존 규정대로라면 함 회장은 만 70세가되는 첫 정기주총인 2027년 3월까지가 임기다. 하지만 이 부분이 ‘(3년) 임기후 첫 주총’으로 바뀌면서 2028년 3월까지로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후 하나금융을 아연 긴장하게 만든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하나금융이 '70세' 규범 개정을 발표한 며칠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를 놓고 민감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이 원장은 해당 사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함영주 회장은 연임에 도전해도 (개정한 규정을) 적용 안 받겠다 할 분”이라고 말했다. 해석은 여러 갈래였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이를 함 회장의 연임 시도에 부정적이라는 뉘앙스로 읽었다.

그것이 월권이고 관치금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금감원장은 과거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제기되는 '장기집권' 문제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 2023년 KB금융 윤종규,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퇴임을 결정하게된 배경도 이를 꼽는 시각이 금융권에서 적지않다.

이 원장은 지난 2023년 6월, 당시 4연임 도전 가능성이 점쳐졌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해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가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원장은 “지주 회장 승계 절차와 관련해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오해받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관치금융 논란 가능성을 스스로 경계하도록 노력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금융권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런 저간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설연휴 기간중 다소 예상을 깬 함영주 회장의 연임 추천 발표는 이러한 금융 당국의 견제구(?)를 정면돌파했다는 점에서 나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고 출신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함영주 회장 개인에 대한 서사라는 측면 보다는 ‘12.3 비상계엄’ 사태후 어수선한 권력의 공백기속에 실행된 하나금융의 과감한 판단이란 점에 눈길이 머문다.

사족을 달자면, 그동안 정권의 실세로 평가받아온 이복현 금감원장의 위상이 2년전과 비교해 시나브로 힘이 빠진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꽃이 열흘 이상 붉을 수 없다'는 게 세상의 이치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책무구조도, 밸류업 등 금융 당국과 긴밀하게 합을 맞춰야할 사안들 역시 여전히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불안한 탄핵정국과 더불어 트럼프 2.0 시대의 시작으로 연초부터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2025년이다. 도전적인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금융지주사들로서는 올해가 어느때보다 힘든 시간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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