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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선 주자의 출사표… 절박해야하는 이유

2024.12.3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2024.12.3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제갈공명이 북벌에 오르기 앞서 촉한(蜀漢)의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出師表)를 내는 장면은 삼국지의 백미다.

물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성어에서 보듯,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온 패착으로 그의 북벌은 번번히 실패로 끝난다.

제갈공명의 출사표는 두 개가 전해지는데, 북벌의 당위성과 선대 황제인 유비의 유업을 떠올리며 대를 이은 충성을 맹세했던 첫 번째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이다.

덜 알려졌지만, 그가 1차 북벌에 실패한 후 재도전하면서 쓴 두 번째 출사표(후출사표)가 개인적으론 더 흥미롭다. 훨씬 더 절박하고 현실적이며, 적 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까지 솔직하게 담았기때문이다.

‘싸우지 않고 여기서 멈춘다면 결국 다 죽는다. 그러니 다른 선택지는 없으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심지어 변방에 불과한 촉에 안주하려는 황제 유선을 애둘러 비판하는 뉘앙스도 느껴진다. 촉의 실질적 리더였던 제갈공명의 깊은 고심이 드러난다.

오는 6월3일로 대통령 선거 일자가 잡히면서, 대선 주자들의 출사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출사표에는 자신이 왜 21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가 담겼다. 각자의 색깔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0일, 약 10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경제 불평등’에서 찾았다. 실용주의와 신속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다. 또 K-컬처를 넘어 K-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여러 영역들을 'K-이니셔티브'로 명명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같은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제시하면서 국민 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시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국회 양원제 개헌을 약속했다. 경제 재건을 위한 워룸 가동과 5대 메가폴리스를 구축해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민중민주주의 깃발 아래 친북, 반미, 친중, 반기업 정책만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는 세력들과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내란 종식을 넘어 불평등 종식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과제”라며 "기회경제, 지역균형, 기후경제, 돌봄경제, 세금-재정 등 5대 ‘빅딜’로 불평등 경제를 극복하고 기회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결선 투표제, 총선과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한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제안했다.

앞서 지난 8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광화문광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시대교체와 국민 통합’을 내세웠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포함한 대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기존 ‘87체제’의 종식과 함께 저출생 시대 극복을 위한 연금, 교육, 노동, 의료, 공공의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대선 주자들의 출사표는 아직은 구체적인 각론보다는 대한민국의 방향타를 어디로 이끌어 가겠다는 총론적 성격이 강하다.

역시 경제와 개헌이 주요 키워드다. 대선 주자의 호불호를 떠나 모두 다 무겁게 경청할만한 내용들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는 저출산·고령화 등 확연한 국가 경쟁력 지표의 하락, 핵심 주력 산업군의 쇠퇴, 연금 개혁 등 복지의 위기, 평화적 남북 공존의 위기 등 여러 내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전쟁과 그로 인한 금융시장의 극심한 불확실성 등 연쇄적으로 시장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전개되고 이러한 대한민국의 정치적 격변은 불과 몇 개월전까지만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제 '6.3 대선'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대선 주자들이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출사표를 써내려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대한민국은 정말로 매우 절박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리더도 함께 절박해야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무려 4개월이 넘게 걸렸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국민적·국가적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50여일간의 대선 과정은 극심한 권력 투쟁의 장이 되서는 곤란하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혜안과 용기로 우리 스스로를 빠르게 추스리면서 에너지를 다시 응축하는 회복이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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