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은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열악합니다. 그 속에서 안랩이 창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정말 큰 의미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입니다.”
안랩 창업자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7일 <디지털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안랩을 찾은 소회를 이같이 전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4일 안랩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 되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월엔 안랩에서 중소기업중앙회 KBIZ 차세대 CEO스쿨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계 진출 후, 안랩과 안 의원은 오랜 기간 거리를 유지해 왔다. 안 의원은 여전히 안랩 최대 주주지만, 유력 정치인이 된 만큼 왕래를 자제하며 상호 조심하는 모습을 견지해 왔다. 이번 안 의원의 공식적인 안랩 방문이 이례적인 이유다.
관련해 안 의원은 “10년 경영하고 (안랩 경영에서) 손을 뗀 지 20년째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니, 그동안 가지 않았다”며 “그러나 30주년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랩이 지금까지 30년간 지켜온 것처럼 계속 정직하고 모범적이고, 사회와 함께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美 트럼프 정부, 기업인 정계 활약…“주식백지신탁제 대안 고민해야”
안 의원은 대표적인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경영에서 손을 뗀 후, 2011년 안 의원은 청춘콘서트를 통해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일으켰고 2012년부터 본격 정치권에 투신했다. 그 해, 안 의원은 안랩 자기 지분 절반을 동그라미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부터 세 번의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고, 두 번은 사실상 단일화로 끝났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임박한 가운데, 안 의원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사실상 네 번째 대선에 도전할 것을 시사했다.
안 의원이 현재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활약하는 기업인을 보는 시선이 사뭇 다른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그룹 회장, 트럼프 정부 실세로 불리는 일론머스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안 의원은 “미국 기업인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마다하고, 공직을 맡는다는 자체가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자기희생”이라며 “그런데, 한국엔 (공직에 진출한) 기업인이 거의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그 이유로, 안 의원은 ‘주식백지신탁제’를 꼽았다. 주식백지신탁 대상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국가정보원장,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고법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과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 중장 이상 장성급 장교, 대학 총장, 시도 교육감, 공기업 사장 등이다. 재산공개 대상자인 고위 공직자 본인이나 이해관계자(배우자 등)가 보유한 주식의 총 가액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2개월 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안 의원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공직에 진출하려면) 주식을 무조건 팔아야 한다. 창업자 경우 공직 진출을 생각하지 못한다”며 “미국에서 일론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을 파느냐. 미국에도 없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업을 해보고 조직을 관리해본 경험이 많은 이들이 정계에 적극 진출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경쟁력 차이가 난다”며 “현 정치인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실력있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오면 국민에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안 의원은 본인이 나서 백지신탁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한 바 있다. 백지신탁제를 부정하기 보다는, 실력 있는 기업인들이 정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뜻이다.
안 의원은 “예를 들어 기업인이 장관직을 맡게 된 경우, 향후 5년간 주식 매각 금지 계약에 서명을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며 “백지신탁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두고 다른 옵션을 고민한다면 정계에 입문하는 인재풀이 확 늘어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기업가 출신들이 우리나라에 봉사하기 위해 정계에 들어오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철수 “기술적으로 세계 1위, 해외 진출 필수”…산업정책으로 지원해야
안 의원은 1995년 안랩의 전신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를 전국민에 무료 배급한 장본인이다. 당시 맥아피, 시만텍 등 해외 보안기업이 안랩을 탐냈다. 특히 맥아피는 1997년 6월 안 의원을 본사로 초청, V3에 관심을 나타내며 1000만달러를 내건 회사 인수를 제의했다. “그 정도 돈이면 미국에서도 요트를 타면서 평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고 수차례 설득했지만, 안 의원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안 의원은 안랩을 국내 대표 보안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보안을 포함한 국내 SW 기업 중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 없다는 점은 국가적 관점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안 의원이 안랩 경영 당시 ‘세계 10대 보안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기도 했었다.
이에 안 의원은 “기술적으로는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매달 열리는 전세계 백신 성능 테스트에서 한국 안랩과 러시아 카스퍼스키랩이 항상 공동 1등을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은 전체 SW시장 중 3분의2는 기업(B2B), 3분의1은 소비자(B2C)다. 한국은 SW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기에 시장이 굉장히 작다”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이에 (안랩은)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를 받아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안 의원은 보안을 포함한 SW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소프트웨어에 집중화된 국가적 산업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울 때 중화학 공업‧선박‧철강 산업을 키우겠다는 산업정책을 펼쳤다”며 “소련 붕괴 후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기업에 시장을 맡겼지만, 미국과 중국이 과학기술 패권 전쟁을 시작하며 또다시 바뀌었다. 미국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차단하는 정책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제2의 산업정책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특정 산업을 키우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이러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안 의원은 안랩 경영 시절 때도 한국 SW사업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었다. 안랩 창립 10주년을 맞은 2005년 3월 안 의원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전격 발표할 당시 “지난 10년간 한국에서도 SW사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워킹 모델(working model)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식정보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왜곡된 시장구조의 척박한 토양 하에서도 다음 세대를 위한 한 가닥 희망의 빛이라도 남겨놓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신 AI 실체 점검③] 구광모 AI 비전, 통신은 ‘익시오’로 수렴...AWS·구글 손잡은 이유는?
2025-03-19 07:00:00SKT 유영상 연봉 뛰어넘은 강종렬 CSPO...임직원 수는 감소
2025-03-18 17:26:31이진숙 방통위원장 "국회, 상임위원 추천하고 2인체제 지적해라"
2025-03-18 16:47:01[전문가기고] 규제의 역설: AI 기본법이 혁신을 저해하는 이유
2025-03-18 15:32:18‘가성비’ 알뜰폰vs‘편의성’ 통신3사…“이용자 성향차 극명”
2025-03-18 14:11:291만원대 5G 요금제, 20여개 더 나온다…"알뜰폰 경쟁력 강화 기대"
2025-03-18 11:39:56"판타지는 없어"…넷플릭스 '계시록', 연상호 유니버스 응축판(종합)
2025-03-18 19:02:09최수연 네이버 대표 작년 연봉 19.7억⋯창업자 이해진 GIO 넘어
2025-03-18 19:00:47홍은택 前 카카오 대표, 작년 연봉 30억 챙겼다…"고문 계약 영향"
2025-03-18 18:58:21[DD퇴근길] "저력 잃었다"…'독한 삼성' 강조한 이재용, 주총서 보여줄까
2025-03-18 17:07:08[빅테크24시] 구글, 세번째 韓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안보·기술 주권 흔들리나
2025-03-18 16:45:23[일문일답] 연상호 감독 "거장 알폰소 쿠아론, 계시록 비전 보더라"
2025-03-18 15: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