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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 외치는 북미 배터리…IRA 변수에 요동치는 '전구체 시장' [소부장박대리]

전구체 제조 업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신인 에코프로GEM 모습. [ⓒ에코프로]
전구체 제조 업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신인 에코프로GEM 모습. [ⓒ에코프로]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중 무역 압박이 강화되면서 북미 배터리셀 및 양극재 기업들이 전구체 공급망 다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전구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공급선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

업계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세라는 두 변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IRA가 실제 폐지되는 경우, 고관세가 적용되더라도 더 비싸지지만 않는다면, 굳이 공급망을 재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다. 업계는 이 같은 변수가 한국 전구체 사업 성패의 핵심 키로 보고 있다.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북미 배터리 기업들은 전구체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북미 배터리 업체들과 전구체 기업 간 미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특히, 전구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북미 배터리 기업들이 전구체 탈중국을 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중 견제 정책이다. IRA 시행 이후,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중국산 원재료 사용 여부에 따라 제한되면서 배터리와 양극재 기업들이 원자재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여기에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규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북미에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파나소닉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GM, 포드, 테슬라, 리비안 등 전기차 제조사들과 협력하며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안정적인 공급을 이루기 위해선 전구체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미⋅중간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존에 써왔던 중국산 전구체를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보니, 안정적인 소재 확보를 위해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생산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장하며 중국산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만약 북미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이 본격화한다면, 기존 중국산 전구체의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전구체 기업으로서는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고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다른 원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하면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특히, IRA 혜택을 받기 위해선 중국산이 아닌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북미 시장 진출 기회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IRA 자체의 존폐다. 최근 미국 내에서 IRA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IRA가 폐지되거나 보조금 지급 기준이 완화되면, 배터리 기업들은 다시 값싼 중국산 전구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전구체 기업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IRA가 유지되면 전구체 탈중국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고, 관련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법안이 폐지된다면 다시 중국산 전구체가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단순히 정책 변화에 기대기보다는 기업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전구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IRA의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중국산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가격과 품질, 공급 안정성을 모두 갖춘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북미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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