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터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서 혁신을 이끄는 기업인과 전문가를 만나, 업계 동향과 기술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핵심 전략과 미래 비전을 직접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일본 기업들의 전해액 첨가제가 2010년에 등장한 이래 널리 확대되기까지 5년에서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단기적으로 점유율을 전체의 2~3%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궁극적으로는 PA800을 비롯한 첨가제 기반으로 전해액 시장 내 타 제품을 모두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전해액 제조기업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내 경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시아·유럽·북미를 잇는 생산기지와 현지 대응을 발판으로 한 공급 대응은 물론, 높은 기술력을 통한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2020년 말 개발을 끝마친 PA800이 시장 내 판도를 넓히고 있어 일본 등 주요 경쟁사와의 대응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범석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연구센터장은 최근 여의도 동화그룹 사옥에서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해액의 가격은 원재료 가격이 대부분 결정을 하는 구조기 떄문에, 원재료를 혼합하는 과정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며 "기술적으로는 전해질 첨가제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전해액은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핵심 4대 소재로, 셀 내에 주입돼 양극과 음극에서 발생하는 리튬이온을 분리막 사이로 이동시키는 통로(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때 전해질 첨가제는 전해액·용매와 혼합돼 양·음극을 보호하고 인화점을 높여 발화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기능을 맡고 있다.
당초 전해액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에서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소재 대비 주목받지 않았다. 4대 소재 중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낮았던 데다 리튬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 등에 국한돼 있던 탓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전해액의 매출 비중 역시 강력한 내수 시장과 공급망을 구축한 중국과 업력이 긴 일본이 장악을 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른 공급망 블록화, 전기차 발화 이슈 해소 등이 중요해지면서 상황이 바뀌는 모양새다. 중국 외 리튬염 원료 공급망을 갖추면서도 안전성이 높은 전해액을 요구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리튬염 수급 체계를 다양화하고, 높은 기술적 성과를 보이는 국내 업체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 5종 첨가제를 하나로 대체…'경제성·성능' 두 마리 토끼 잡은 PA800
손범석 센터장은 전해액 업체 간 경쟁의 차별화를 주는 요소로 첨가제를 지목했다. 전기차의 안전성 이슈가 높아진 만큼 이를 제어하는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경제성이 높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손 센터장은 "전해질 첨가제의 역할, 즉 SEI(Solid Electrolyte Interpahse) 피막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리튬염(LiFP6, 육불화인산리튬)을 공급 받는 가격적 경쟁력뿐 아니라 첨가제 개발과 같은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내부 화재의 발생 원인은 대개 양·음극의 단락(쇼트)으로 발생한다. 양극이나 음극이 반복되는 충·방전이나 외부 충격으로 깨져 가스가 발생하거나 부풀어 오르면 분리막과 직접 맞닿으며 찢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단락이 스파크를 일으킨다. 이 스파크가 가연성 물질인 전해액을 통해 화재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전해질 첨가제는 양극과 음극에 각각 SEI 피막을 형성해 가스 배출 등 부반응을 막고 완화하는 등 양·음극 특성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해질 첨가제를 차별화하는 요소로 전해액에 투입되는 첨가제 수의 간소화가 꼽힌다. 통상 전해액에 들어가는 첨가제는 5종 이상이 투입되는데, 이 개수를 줄여야만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트렌드를 유지하면서도 화재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손 센터장은 "전해액 첨가제는 각 종류마다 다른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게는 3~4종, 많게는 5종 이상 투입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대량으로 들어가면 전기 저항이 높아져 리튬 이온 전도도가 떨어지는 등 배터리 성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간소화해 하나의 첨가제로 해결할 수 있다면 배터리 특성 개선은 유지하면서도 안전성 확보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2020년 개발을 완료한 전해질 첨가제 'PA800'을 꼽았다. 이 제품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첨가제들을 단 하나로 합쳐 경제성을 확보하고, 범용 첨가제와도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손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범용 첨가제는 분자량이 비교적 낮은 심플한 구조지만, PA800은 인(P)·황(S)·질소(N) 등 여러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코어 원소들이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여러 형태로 형성되는 피막을 하나의 첨가제로 형성하는 구조"라며 "이를 활용하면 다른 첨가제가 들어갈 비중의 절반 이하만 넣어도 효과를 대체할 수 있어 높은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구조만 보면 가격이 높아 보이지만, 합성 프로세스 자체는 단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형태"라며 범용 전해질 첨가제와의 차별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 고전압·LMFP 등 차세대 제품 개발도 주력…전고체 개발도 '착착'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전기차 화재 안정성 요구에 따라 늘어나는 중·저가형 배터리용 전해질 첨가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로 통일됐던 개발 트렌드가 LFP·고전압 미드니켈·망간리치 등 다양한 형태로 뻗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맞춤형 개발로 고객사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손 센터장은 "하이니켈 중심으로 가던 기술 개발 방향이 LFP 배터리의 전기차 탑재로 많이 바뀌었고, 이에 따른 고전압 미드니켈, LFP 중심 개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실제로 이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양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진중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전압(HV)으로 이동한 미드니켈 개발에 대해서도 "배터리의 작동 전압이 기존 4.2볼트(V) 수준에서 4.4V로 높아지면 전해액도 이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며 "고전압 환경에 맞게 안전한 용매로 바꾸고, 첨가제의 산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류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단결정 양극재 변화 트렌드와도 연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망간리치(하이망간) 양극재를 쓰더라도 단결정이 들어가고, 단결정이 들어가면 저항값이 높아지면서 고전압이 필요해지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고전압 대응을 위한 전해액 업체의 개발은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손 센터장은 장기적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전해질 개발 현황도 언급했다. 액체 전해질을 쓰지 않는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 전해질 개발과 저가형 제품인 나트륨(Sodium) 배터리용 전해질 개발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그는 "나트륨(Sodium) 배터리, 전고체용 배터리용 전해질 개발을 위해 인력을 배분하고 로드맵에 맞는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제품은 실제 양산 시점(SoP) 기준으로는 2027년 이후, 2028년이 목표"라고 전했다.
◆ "'日 점령' 전해액 시장, 순차적 대체 나설 것…2030년 글로벌 No.1 목표"
손 센터장은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일본 업체 못지 않게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 전시회나 학회에 참석해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이제는 그 상황이 역전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른 성과도 2030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는 국내 업체들이 일본의 기술을 배우거나 벤치마킹하려는 니즈가 많아 자주 방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본 내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이전보다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우리가 PA800 등을 공개한 이후로는 일본 업체들이 국내를 방문하는 등 관련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러 오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PA800 이후 차기작에 대해서도 "현재 PA806 등을 포함한 차세대 포트폴리오도 개발을 마치고 출시될 예정이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No.1 전해액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며 "이밖에 (실리콘 음극재 등을 위한) 급속 충전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용매 개발에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성과가 나올 시점으로는 2030년 이후를 지목했다. 전해액 등 주요 배터리 핵심소재가 개발부터 고객사 샘플 테스트, 양산 검증을 거치는 시간이 2~3년 이상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전해액 시장 내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손 센터장은 "동화일렉트로라이트가 처음 수주를 받고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3년 전에 불과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1% 내외의 점유율만 확보한 상황"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대략 2~3%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PA800 외에도 다른 제품을 탑재할 예정인 만큼, 40% 가량 되는 중국 시장 외 전체 시장에 대응해 대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2030년부터는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보유한 기술력이 이같은 목표 달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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