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윈도 먹통으로 전 세계가 금융·교통 주요 서비스 장애를 겪은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MS를 배제한 ‘IT 자립’ 기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과 갈등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 공급을 줄인 덕분에 이번 사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모스크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정부·기업은 MS 발 IT 대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 원인은 보안 서비스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보안 소프트웨어(SW) 신규 버전과 MS 운영체제(OS) 간의 충돌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언론은 자국이 이 SW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국산 보안 SW를 사용한 덕분에 비교적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오랜 기간 미국 정부와 정보보안 문제를 두고 각을 세우면서 중국 보안 SW에 대해 불신하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지난 2014년부터는 자국 보안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왔으며, 그 결과 중국 내 보안 시장은 현지 기업이 주도하게 됐다. 노턴라이프룩(구 시만텍)과 같은 미국 보안업체 SW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정부 및 기업에 360개 자국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등 보안 자립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중국 정부 직원은 SCMP를 통해 “(이번 사태는)중국이 안전하며, 제어 가능한 컴퓨팅 시스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중국 보안 기업들도 이번 기회를 틈타 자사 제품 성능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며 IT 자립 분위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중국 보안 기업 360세큐리티테크놀로지는 19일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통해 “엔드포인트(네트워크에 연결된 장치) 보안 SW를 선택할 때는 데이터 보안이 위협받지 않도록 방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360세큐리티테크놀로지 제품이 신뢰성 있고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국 보안기업 치안신(QAX)도 같은 날 회사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시스템 안정성에 관여하는 SW 공급업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더 엄격한 품질 관리를 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다만, 얼마 전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 홍콩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IT 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국제공항에서도 시스템 오류로 체크인하지 못하는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울러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에는 중국 내 쉐라톤, 메리어트, 하얏트 등 유명 호텔에 체크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관광객 불평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 디지털통신부는 국영 통신사 타스(TASS)를 통해 “현재로선, 러시아 공항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접수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는 외국 SW 제품을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부터 유럽과 미국 국가와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지역 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경제 핵심 분야에 대해 외국 상품을 자국 상품으로 대체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거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2022년에는 MS가 러시아 침략을 규탄하면서 회사 신규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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