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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잡은’ 공정위, 中알리는 ‘모니터링 강화’만 되풀이?…“형평성 어긋나”

21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쿠팡’을 검색하자 일부 상품에서 쿠팡수입 물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나왔다.
21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쿠팡’을 검색하자 일부 상품에서 쿠팡수입 물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나왔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를 도용한 상품들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에서 유사상품과 도용 논란, 유해물질 문제는 수시로 나타나고 있지만 알리의 상품 유통 제재가 아직도 ‘모니터링 강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공정위가 지난달 C커머스로 대표되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자율 제품 안전 협약’을 체결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해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차단하겠다고 나섰지만 한 달 만에 자체 유통상품은 물론 경쟁사 상품 도용 논란까지 번졌다. 알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업체 대상으로 정했던 ‘인터넷 쇼핑몰 판매금지 목록’을 지키지 않고 있다.

쿠팡은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검색 상단에 밀어줬다는 이유 등으로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기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자율 협약을 통해 유해상품을 모니터링하겠다고 약속한지 한 달도 안됐지만, 정작 알리에선 각종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상품이 속출되고 있다. 공정위가 중국 등 해외 업체는 봐주고 토종 업체만 잡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자사 모바일과 홈페이지에 쿠팡이 직수입해 판매하는 포트메리온 인기상품 수십 종을 도용, 게시해 판매 중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과 상품 이미지와 설명을 그대로 게시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알리가 계약을 맺은 택배 서비스를 통해 배송되는 식이다.

예컨대 이날 쿠팡이 직수입한 포트메리온 머그컵 상품을 알리에서 누르면 상품 정보란에 “쿠팡이 직접 수입했어요”, “정식 수입 상품”이란 문구가 뜨고, 로켓배송 이미지도 함께 노출된다. 수입판매원 역시 ‘쿠팡 주식회사’ 제품이라 뜬다.

이 밖에 ‘샤오미 공기청정기’, ‘다목적 접이식 핸드카트’, ‘나무 선반’, ‘호텔 베개’ 등 상품들이 줄을 이어 나오고 있다. 쿠팡이 앱에서 안내하는 ‘해외 수입상품도 로켓배송 혜택 그대로!” “오늘 주문시 내일 도착한다” 문구도 알리 입점업체의 판매 페이지에서 도용됐다.

알리는 “해당 상품은 당사가 아닌 제3자 판매자에 의해 판매되는 상품으로, 지난 20일 판매자에 대한 제보를 받은 후 내부 규정에 따라 즉시 삭제 조치했다”며 “해당 판매자에 대한 추가적인 패널티 조치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문제의 제품들은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쿠팡 측은 “당사의 상표와 당사에서 촬영하고 제작한 이미지를 무단 사용해 상표권과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당 상품과 유사상품 판매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21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쿠팡’을 검색하자 일부 상품에서 로켓배송 이미지 등을 도용한 사례가 나왔다.
21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쿠팡’을 검색하자 일부 상품에서 로켓배송 이미지 등을 도용한 사례가 나왔다.
[사진=네이버 기사 댓글 갈무리]
[사진=네이버 기사 댓글 갈무리]

소비자들 사이에선 유통업계의 기본 원칙인 ‘도용상품’, ‘위해상품’ 판매 금지마저 공정위가 손 놓고 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실제로 네이버 댓글들 역시 ‘왜 이렇게 중국에게 꼼짝 못하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가성비가 뛰어난 PB 상품 상단 밀어주기 문제로 국내 유통업계 최다인 14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까지 했는데, 알리와 테무는 가장 기초적인 제재마저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중국 알리, 테무에 대한 전자상거래법 위반 등으로 조사하고는 있지만, 문제가 되는 상품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엔 어려움이 있긴 하다.

알리나 테무는 판매자의 중개에 집중하는 오픈마켓 모델로, 외부 택배사와 협업해 배송한다. 대규모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갖추는 사업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진출한 테무 모회사 PDD홀딩스의 글로벌 고용인력은 1만7000여명에 불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나 테무가 쿠팡처럼 로켓배송으로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갖춰 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한국에서 고속성장해도 이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규제 형평성’을 갖추려면 알리와 테무가 토종업체가 준수하는 공통 원칙부터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판매금지와 제한 물품’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 의료기기 등 15가지 항목의 판매 제한을 차단하거나 조건부 허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표등록이 된 상표에 대해 상표권을 도용하면 안 되며, 타인 등록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상표를 판매하면 안된다고 정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알리에선 한 켤레당 50만원을 호가하는 정품 나이키 운동화가 10만원 초반 ‘짝퉁’에 팔리는 상품들이 많다. 여전히 손쉽게 위반 상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토종 이커머스는 판매가 제한된 상품이라도 중국 직구는 그저 저렴하고 싸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 아니냐”며 “이대로만 토종 유통과 해외 유통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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