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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나인퍼즐,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콘텐츠뷰'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합니다. 기사에 스포일러나 지나치게 과한 정보(TMI)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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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어느 날 한 가정집에서 40대 남자가 목에 송곳이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일한 목격자이자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른 조카는 그 날의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 한다. 과연 조카는 범인이 맞을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퍼즐'은 10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미스테리 심리 추리물이다. '윤동훈(지진희 분)' 총경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던 조카 '윤이나(김다미 분)'는 마치 기억의 퍼즐 조각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삼촌이 살해당한 그 장면만 기억하지 못한다. 송곳에 묻은 혈흔과 현장에 남아 있는 정황을 토대로 윤이나를 유력한 용의자로 본 '김한샘(손석구 분)'은 10년 간 꾸준하게 그녀를 쫓는다.

나인퍼즐은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의 비밀을 파헤쳐 나간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다양한 인물들이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토리의 본질은 '윤이나가 정말 삼촌을 살해했을까'에 맞춰져 있다. 돌이켜 보면 윤이나의 프로파일링 안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프로파일러가 된 윤이나는 극 초반 한 아이의 죽음과 관련된 용의자를 추궁하게 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형 '준우'를 프로파일링 하게 된 윤이나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현재 시제로 바꿔쓰는 경우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실제 일어나지 않았거나, 둘 기억나지 않는 일을 꾸며서 얘기하거나 머릿 속에서 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단정한다.

이는 윤이나의 10년 전 사건과 절묘하게 닮아 있다. 윤이나는 살인 사건 직후 '태동수(정만식 분)' 형사를 만나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과거와 현재 시제를 오가는 진술로 수사팀을 혼란에 빠뜨린다.

학교에서 나온 시간에 대한 물음엔 "8시에요"라고 확정적인 대답을 했지만 이후 집에 도착한 시간을 묻자 "9시쯤 됐을 거예요"라고 추정했다. 집에 도착한 이후 기억나는 부분을 물어봤을 때도 "저희 집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제 이름을 불렀어요(1인칭)"라면서도 "제가 거실에 서 있었더라구요(3인칭)"라고 대답한다. 한 사람이 겪은 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인물들이 겪은 것처럼 진술한 셈이다.

[ⓒ 디즈니코리아]
[ⓒ 디즈니코리아]


이런 유체이탈 화법은 김한샘이 윤이나를 진범으로 추정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프로파일러가 된 윤이나 본인 스스로도 다른 용의자를 취조하기 위해 자신의 사건을 말할 때 '결정적인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했던 10년 전과 달리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며 '거실은 캄캄했고 발에 따뜻한 물 같은 게 느껴졌다'는 등의 구체적인 정황을 얘기한다. 집 안에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보였던 윤이나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윤이나는 마치 '기억의 오류'가 일상화된 것처럼 행동한다. 남편을 죽이고 묻은 곳을 박카스 뚜껑으로 표시해 놓은 것이 너무 웃기지 않냐며 프로파일링한 사례를 얘기하거나, 경찰들이 어떤 보직을 받고 몇 층에서 근무하는 지를 파악해 미리 엘리베이터 층 수를 눌러 놓을 만큼 기억력이 좋아보이지만 정작 지갑이나 차 키를 놓고 다닐 정도의 허술함은 누군가 그녀를 보고 있을 때에 더 자세히 보여진다. 알리바이를 계산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윤이나의 수상한 행동이 이어질 수록 시청자는 김한샘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수상해 보이는 상황에서 또 다시 발생한 살인 사건의 현장에 늘 윤이나가 있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의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것이 김한샘의 마음이다.

이처럼 나인퍼즐은 김한샘과 윤이나로 대표되는 인물들의 심리와 그에 따른 발자취를 따라간다. 누군가는 김한샘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은 윤이나가 아닌 진범을 쫓기 위해 극에 몰입하기도 한다. 결국 각자가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는 심리적 취향이 나인퍼즐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살다 보면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일도 잊어버릴 당혹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또한,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이나 뇌리에 박힐 만큼 강렬하다고 믿었던 기억이 사실과 다를 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되는 사람의 본성과 진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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