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글로벌 특수유리 제조 기업인 코닝이 최근 반도체 후공정 분야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자동차·디스플레이·생명공학 등에서 활용해 온 유리 제조 역량을 쏟아 관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반 홀(Vaughn Hall) 코닝 한국 지역 총괄사장은 29일 열린 첫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닝은 반도체 사업에서 D램 웨이퍼 박막화용, 인터포저 템퍼러리 캐리어(Temperary Carrier)용 등 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미래에는 유리 코어(Glass Core) 기판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이었던 인쇄회로기판(PCB) 원재료를 유리로 대체한 제품이다. 플라스틱(레진) 기판은 표면이 고르지 못한 탓에 실리콘을 인터포저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다만 이 경우 전체 패키징이 두꺼워지며 칩과 PCB 사이 거리가 멀어져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글라스 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온도에 따른 변형에 강하며 신호 특성이 우수해 기존 기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칩 회로 미세화에 맞춰 기판 회로를 미세하게 그릴 수 있고, 대면적을 늘려 대형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크게 늘고 고속 처리가 필요한 AI·빅데이터용 데이터센터 등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코닝은 이러한 유리 기판의 공급망 중 가장 앞단(Upstream)에 위치한 기업이다. 앱솔릭스, 삼성전기, 다이닛폰프린팅(DNP) 등 기판 업체가 제조하기 위한 원장(Mother Glass)을 제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홀 총괄 사장은 "현재 패키지 기판으로 널리 사용되는 유기소재 기판을 유리 기판으로 대체하면 치수 안정성, 폼팩터 유연성, 기계적 특성 등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리 기판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글래스 코어 제조에는 독자 기술인 퓨전 공법을 비롯한 여러 공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퓨전 공법은 용해된 액체 상태의 유리를 수직으로 떨어뜨려 시트를 형성하는 공법이다. 코닝은 이 방식이 우수한 표면 품질, 평탄도, 대형 폼팩터, 양산 확장성 등 면에서 주요 유리생산 플랫폼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유리기판용 유리의 생산 권역이나 관련 공법, 고객사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홀 총괄 사장은 "반도체용 유리는 한국에서도 생산하고 있으나, 한국 이외에도 제조 공장이 많은 상황"이라며 "어디에서 생산할건지는 전사적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대량 양산 등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도 "글로벌 리더와 모두 샘플 테스트를 비롯한 협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양산에 대한 판단은 최종 고객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유리 사업 전개 시점과 양산 물량도 이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는 한편, 코닝은 한국이 주요 사업의 연구개발(R&D) 거점으로서 중요하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홀 총괄사장은 "코닝테크놀로지센터코리아(CTCK)는 코닝이 보유한 최대 규모 R&D센터 중 하나다. 코닝 전사 차원의 대규모 R&D 네트워크"라며 "이곳에서 개발한 기술이 실제 신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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