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며 고성능 데이터센터의 급증한 데이터 처리와 높아진 유지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라스(유리) 기판 상용화를 고려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C,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이 글라스 기판 상용화를 추진하거나 진입을 고려하고 있다. SKC는 투자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라스 기판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있고, 삼성전기·LG이노텍은 관련 투자를 고려하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라스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이었던 인쇄회로기판(PCB) 원재료를 유리로 대체한 제품이다. 플라스틱(레진) 기판은 표면이 고르지 못한 탓에 실리콘을 인터포저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다만 이 경우 전체 패키징이 두꺼워지며 칩과 PCB 사이 거리가 멀어져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글라스 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온도에 따른 변형에 강하며 신호 특성이 우수해 기존 기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칩 회로 미세화에 맞춰 기판 회로를 미세하게 그릴 수 있고, 대면적을 늘려 대형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크게 늘고 고속 처리가 필요한 AI·빅데이터용 데이터센터 등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인텔 등은 이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글라스 기판 상용화를 위해 10억달러 규모를 투자한 바 있으며, 애리조나 연구개발(R&D)센터에서 이를 개발 중이다. 향후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중심으로 칩렛(Chiplet)과 같은 대형 칩이 확대될 추세인 만큼, 이를 보조할 글라스 기판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판 경쟁에서 일본, 대만 등에 밀렸던 국내 업체들이 새롭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SKC 투자사인 앱솔릭스는 올해 말 양산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일본 다이닛폰프린팅(DNP) 등이 목표로 한 2027년보다 2~3년 가량 빠른 시점이다.
다른 대기업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최근 주주총회 등을 통해 이 분야에 관심을 표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글라스 기판과 관련해 여러 고객과 협의 중"이라며 "내년 말까지 기술 개발을 끝내고, 고객과 협의를 통한 양산 시점은 2026년에서 2027년 사이가 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새롭게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문혁수 대표도 "주요 고객이 북미 반도체 회사인데, 그 회사가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진출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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